close_btn

"저를 책하지 마시옵소서!"

by 마을지기 posted Jun 24, 2008
Extra Form
보일날 2010-04-19
출처 이문열, 《변경 3》(문학과지성사, 1992), 13쪽
책본문 시간이 없는 관계로 어머님을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끝까지 부정선거(를 항의하는) 데모로 싸우겠읍니다. 지금 저의 모든 친구들,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하여 피를 흘립니다. 어머니, 데모에 나가는 저를 책하지 마시옵소서. 우리들이 아니면 누가 데모를 하겠읍니까.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압니다. 그러나 또한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읍니다. 저의 모든 학우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나간 것입니다. 저도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데모하다 죽어도 원이 없읍니다. 어머님, 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척 비통하게 생각하시겠지만, 온겨레의 앞날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기뻐해 주세요. 이미 저의 마음은 거리로 나가 있읍니다. 너무도 조급하여 손이 잘 놀려지지 않는군요.

부디 몸 건강히 계세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의 목숨을 이미 바치려고 결심하였읍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상 이만 그치겠읍니다.

― 4.19 혁명 당시 거리로 나가 산화한 14세 여중 2년생의 유서.
사용처 1. 20120415 일 한울교회 주일예배 설교.
2. 20140716 수 내일신문 전대환칼럼.
4.19 혁명을 두고 시인 이영도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습니다(제목: 진달래).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爛漫)히 멧등마다
그날 스러져 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戀戀)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버튼을 클릭하시면 음악이 나옵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77 2004-03-30 가난한 사람들을 아십니까? 1950
76 2003-10-21 세상 사람들을 몰래 돕는 일 1949
75 2003-09-28 홀로 견디는 것은 1942
74 2003-12-31 사람의 주파수 1937
73 2003-08-03 학자 1928
72 2003-08-02 둘 다 1927
71 2003-12-07 꿈을 이루려는 사람의 고통 1924
70 2004-07-08 평생에 세 번 목욕하는 사람들 1921
69 2003-10-28 한 마음의 상처를 잊게 할 수 있다면 1913
68 2003-08-10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1908
67 2003-10-26 나를 키우는 말 1906
66 2003-08-23 부모님의 허물도 감사한 일 1906
65 2003-11-19 적당할 때 멈추는 것 1904
64 2003-10-17 기다림은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 1904
63 2003-12-19 포옹을 하면 1902
62 2003-11-29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1902
61 2004-10-26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도와주기 1895
60 2004-10-29 왜곡(歪曲) 1893
59 2003-10-11 사회 초년생을 위한 조언 1889
58 2003-08-13 학교란 188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