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음식의 맛, 음식의 영혼

by 마을지기 posted Jun 24, 2010
Extra Form
보일날 2010-08-12
출처 안도현,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사단법인 샘터, 1999), 91쪽
책본문 집 안에서 내 눈에 거슬리는 놈 중의 하나가 냉장고다. 날이 갈수록 냉장고가 쓸데없는 욕심으로 덩치를 불려 가고 있는 게 나는 못마땅하다. 냉장고 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모든 음식은 원래 지니고 있던 맛을 쉽게 잃어버리기 일쑤다. 어느 때는 냉장고가 음식을 잘 보관해 주는 게 아니라, 음식의 맛을 빼앗아 가버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음식의 맛은 음식의 영혼이 아니던가. 영혼 없는 시금치 무침이 나는 싫다. 냉장고의 야채 저장고에서 오랜 시간을 버틴 상추와 풋고추의 그 뻔뻔스러움이 나는 싫다. 그들은 자기 영혼을 냉장고에게 다 내어 주고 야채랍시고 낯짝만 푸르뎅뎅한 것들이다.
현대는 상자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사람은 아침에 상자 같은 아파트에서 나와서 상자 같은 차를 타고 상자 같은 사무실로 들어가서 상자 같은 컴퓨터로 일을 하고, 외출할 때는 작은 상자인 스마트폰을 챙기고...

김치도 상자에서 나오고, 야채도 상자에서 나오고, 닭도 상자에서 기르고, 금붕어도 상자에서 살고... 이런 것들을 파는 곳도 상자 같은 백화점이나 마트이고...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17 2010-08-31 가장 뜻깊은 날 4915
116 2010-03-22 싸움의 상지상책(上之上策) 4916
» 2010-08-12 음식의 맛, 음식의 영혼 4919
114 2011-02-28 조언은 일이 시작될 때부터 4925
113 2011-03-07 고독한 사람 4927
112 2010-08-09 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4929
111 2011-03-31 호의를 베풀고 나서 4929
110 2010-06-16 진정 그를 이롭게 할 수 있다면 4930
109 2010-06-08 부동산 투자 4940
108 2011-02-09 "비싼 밥을 먹었습니다!" 4942
107 2010-09-30 모르는 게 약 4944
106 2010-04-30 가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4947
105 2010-08-24 "벌레들도 빈 집에선 일찍 죽는다!" 4948
104 2010-10-06 남을 설득한다는 것 4948
103 2010-10-04 "경계하라, 그 사람을!" 4958
102 2010-06-29 "이생이 그리도 고달프거든" 4968
101 2011-02-21 다만 바라는 바는 4970
100 2010-07-14 누가 틀린 정보를 계속 고집할 때 4973
99 2010-08-10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4975
98 2010-06-23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 497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