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은행(銀杏)

by 마을지기 posted Apr 01, 2006
Extra Form
보일날 2010-11-16
출처 구상, 《홀로와 더불어》(황금북, 2002), 53쪽
책본문 나 여기 서 있노라.
나를 바라고 틀림없이
거기 서 있는
너를 우러러
나 또한 여기 서 있노라.

이제사 달가운 꿈자리커녕
임맞춤도 간지러움도 모르는
이렇듯 넉넉한 사랑의 터전 속에다
크나큰 순명(順命)의 뿌리를 박고서
나 너와 마주 서 있노라.

일월(日月)은 우리의 연륜(年輪)을 묵혀가고
철 따라 잎새마다 꿈을 익혔다
뿌리건만

오직 너와 나와의
열매를 맺고서
종신(終身)토록 이렇게
마주 서 있노라.

구상, 〈銀杏 ― 우리 부부의 노래〉 전문.
사용처 1. 20110327 twt.
서로 붙어 있지도 않고,
알뜰살뜰 챙겨주지도 않는 것 같고,
알콩달콩 다정하지도 않은 것 같지만,
암수 은행나무는 한평생을 같이 합니다.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제 할 일을 다 하는 은행나무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부부상일 뿐만 아니라
거룩한 모습이기까지 합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437 2004-11-24 자족의 가치 2128
436 2004-11-23 베풀었을 때 찾아오는 행복 2107
435 2004-11-22 게으른 년이 선들바람에 삼베 짠다 2188
434 2004-11-20 마음 마음 마음이여 2555
433 2004-11-19 어리석은 중생놀음 2103
432 2004-11-18 월등한 경기력의 원천 2081
431 2004-11-17 어머니, 전 이렇게 살고 싶은데요 2143
430 2004-11-16 성공한 사람이란? 2287
429 2004-11-15 입시기도, 진급기도 2044
428 2004-11-13 크나큰 진리 2377
427 2004-11-12 가진 만큼 얽매인다 2215
426 2004-11-11 훌륭한 사람을 떠받들지 마십시오 2359
425 2004-11-10 큰 사람이 큰 사람을 알아본다 2034
424 2004-11-09 아름다운 거절 2547
423 2004-11-08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2494
422 2004-11-06 아내가 없는 자는 인간이 아니다 2699
421 2004-11-05 아름다운 성(性) 2396
420 2004-11-04 용서받을 수 있는 거짓말 2549
419 2004-11-03 세 시간 수면법 3424
418 2004-11-02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 25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