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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죄

by 마을지기 posted Jan 3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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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11-01-31
출처 정호승, 《밥값》((주)창비, 2011), 27쪽
책본문 어느 벽보판 앞
현상수배범 전단지 사진 속에
내 얼굴이 있었다
안경을 끼고 입꼬리가 축 처진 게
영락없이 내 얼굴이었다
내가 무슨 대죄를 지어
나도 모르게 수배되고 있는지 몰라
벽보판 앞을 평생을 서성이다가
마침내 알았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죄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늙어버린 죄

정호승의 시 〈어느 벽보판 앞에서〉 전문.
사용처 1. 20110626 twt.
2. 20130623 twt.
사랑해야 할 사람을 외면한 죄,
그게 죄라는 것도 모르고 늙어버린 죄.
그 죄상이 내 얼굴에 가득 쓰여 있다.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지 않은 죄,
그를 사랑하지 않고 늙어버린 죄.
그 죄상이 내 얼굴에 쓰여 있습니다.
그 얼굴이 나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나보다 먼저 있었던 사람,
나와 함께 있는 사람,
나보다 더 오래 살 사람,
그들을 사랑하지 않은 죄 때문에.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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