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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로 본 나무꾼의 도끼

by 마을지기 posted Aug 3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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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4-08-31
실린날 2002-05-21
출처 들은이야기
원문 지금이 과연 초고속 정보화시대인지…

어느 이름 없는 산 속에서 나무를 하던 나무꾼이 실수로 그만 도끼를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다.

◈ 옛날 ◈

▷10:00 나무꾼이 연못에 도끼를 빠뜨렸다.
나무꾼은 엉엉 울었다.
▷10:01 연못에서 산신령이 금도끼를 들고 나타났다.
"이 금도끼가 니 도끼냐?"
"아닙니다."
▷10:02 산신령이 연못으로 들어갔다.
▷10:03 산신령이 은도끼를 들고 나타났다.
"이 은도끼가 니 도끼냐?"
"아닙니다."
▷10:04 산신령이 다시 연못으로 들어갔다.
▷10:05 산신령이 이번엔 쇠도끼를 들고 나타났다.
"이 쇠도끼가 니 도끼냐?"
"네! 그 쇠도끼가 제 도끼입니다."
"어허! 착한 백성이로고! 내 너의 정직함이 기특하여 이 금도끼와 은도끼도 다 주겠노라!"
▷10:07 나무꾼이 산신령으로부터 금도끼와 은도끼와 쇠도끼를 받았다.

※ 소요시간 : 7분.
※ 비용: 7분 동안 나무 못함.
※ 수확물: 도끼 찾음 + 금도끼, 은도끼 공짜로 얻음.

◈ 20세기 말 ◈

▷10:00 나무꾼이 연못에 도끼를 빠뜨렸다.
▷10:01 나무꾼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국 산신령 협회에서 운영하는 700-5370(오!산신령)입니다. 본 정보에 관한 문의는 (02) 123-4567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본 정보는 삐 소리가 난 후부터 30초당 90원과 부가세가 부과되오니 원치 않으면 끊어주십시오."
∼ 삐 ∼
"안녕하세요. 본 정보는 전국산신령협회에서 운영하는 정보로서 본 정보를 통해 산신령에 관한 각종 문의와 도움 요청 등을 하실 수가 있습니다. 전국 산신령협회는… 어쩌구 저쩌구… 주절 주절… 나불 나불….(중략)"
"귀하의 주민등록번호 13자리와 #을 눌러주십시오."
123456-7891011 #
"귀하가 누르신 번호는 123456-7891011입니다. 맞으면 1번 틀리면 2번을 누르십시오."
1 #
"귀하의 전화번호를 지역번호와 함께 눌러주십시오."
012-345-6789 #
"귀하가 누르신 번호는 012-345-6789입니다. 맞으면 1번 틀리면 2번을 누르십시오."
1 #
▷10:10 다음을 들으시고 원하시는 서비스 버튼을 눌러주십시오. 산신령이 되고 싶으시면 1번, 백일기도 문의는 2번, 아들 점지를 원하시면 3번, 꿈 해몽은 4번… 도끼를 연못에 빠뜨린 분은 10번을 누르시고 #을 눌러주십시오."
10 #
"도끼를 잃어버리신 산을 선택해 주십시오. 한라산은 1번, 지리산은 2번, 설악산은 3번, 속리산은 4번, 오대산은 5번, 소백산은 6번, 월악산은 7번… 기타 산은 100번을 누르시고 #을 눌러주십시오."
100 #
▷10:30 "귀하는 기타 산을 선택하셨습니다. 상담 산신령을 연결해 드리겠사오니 자세한 산의 위치와 모양새, 연못의 위치 등을 직접 상담, 산신령에게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 ♩♬♪♪♩♬
"죄송합니다. 상담전화가 폭주하여 상담 산신령을 연결할 수가 없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 ♩♬♪♪♩♬
"죄송합니다. 상담전화가 폭주하여 상담 산신령을 연결할 수가 없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 ♩♬♪♪♩♬
▷10:50 "네! 상담 산신령입니다."
"네…. 제가 어디어디에 이렇게 저렇게 생긴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요기요기에 있는 연못에 도끼를 빠뜨렸습니다. 좀 꺼내주십시오."
"네! 가까이 있는 산신령을 곧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2:00 연못에서 산신령이 나무꾼의 도끼를 들고 나왔다. 나무꾼은 도끼를 받았다.

※ 소요시간 : 2시간.
※ 비용 : 핸폰요금 + 정보이용료 약 10,000원 + 2시간동안 나무 못함.
※ 수확물 : 도끼 찾음.

◈ 21세기 초 ◈

▷10:00 나무꾼이 연못에 도끼를 빠뜨렸다. 나무꾼은 노트북을 꺼내들었다.
▷10:01 노트북을 켰다. 무선인터넷 접속을 하였다… 접속 실패. 다시 접속을 시도하였다… 접속 실패. 다시 접속을 시도하였다… 접속 실패... 가까스로 접속되었다.
▷10:10 익스플로러를 열었다. www.mountgod.co.kr에 접속하였다. 접속이 되는 순간 컴이 서 버렸다.
Ctrl + Alt + Del
"프로그램 종료 대화상자를 표시하는 중입니다. 대화상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시스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windows로 돌아가서 기다리려면 아무키나 누르십시오."
아무키
"시스템이 사용 중이거나 불안정합니다. 사용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시스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windows로 돌아가서 기다리려면 아무키나 누르십시오."
아무키
"치명적인 오류가 xxxxxxxxx에 발생하였습니다."
Ctrl + Alt + Del
▷10:15 컴을 재부팅하고 다시 접속을 시도하였다. 접속 성공. 익스플로러를 열고 www.mountgod.co.kr을 쳐 넣었다.
enter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 검색한 페이지는 현재 사용할 수 없습니다. 웹 사이트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거나 브라우저의 설정을 변경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을 시도하십시오… 이하 잡소리…"
새로고침
"이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 지금 웹 사이트에 액세스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다음을 시도하십시오. 이하 잡소리…"
새로고침
"이 페이지를… 이하 헛소리..."
▷10:50 드뎌 연결 성공. `도끼 찾기` 메뉴를 클릭.
"회원가입 후 로그인 하시기 바랍니다."
회원가입… 클릭.
"아래의 이용약관을 반드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용약관… 국민교육헌장보다 훨씬 더 길다.
약관 다 읽고 동의… 클릭.
"아이디 및 이용자 정보를 등록하여 주십시오."
아이디 : [중복확인]
비밀번호 :
비밀번호확인 :
성명 :
등등…
가입확인 클릭.
▷11:20 "나무꾼(woodcut)님. 산신령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도끼 찾기 클릭.
"본 메뉴는 유료회원 전용입니다. 유료회원으로 전환하시겠습니까?"
네. 클릭.
"이러쿵 저러쿵… 3개월 45,000원… 결재수단을 선택하십시오."
1. 휴대폰
2. 신용카드...
확인 클릭.
도끼 찾기 클릭.
"도끼를 연못에 빠뜨리신 분은 해당 산의 게시판에 자세한 사항과 연락처를 남겨주십시오. 담당 산신령이 신속히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단, 도끼 우송비용은 이용자 부담입니다."
게시판 클릭.
`저는 언제 어디서 도끼를 잃어버린 우매한 나무꾼입니다. 유일한 제 생계의 수단이오니 제발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주소 :
연락처 :
▷12:00 전송 완료
이틀 후…
▷10:00 택배로 도끼 도착…

※ 소요시간 : 2박 3일
※ 비용 : 유료가입비 45,000원 + 택배요금 25,000원 + 2박 3일간 일 안하고 술만 먹음.
※ 수확물 : 도끼 찾음.
참고 : 김서방네 대장간서 도끼 한 자루 30,000원에 팜.
정보화시대라고 하는 요즘,
일 처리 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림을 꼬집은 이야기네요.
특히 고객지원센터의 경우,
예전 같으면 전화번호만 누르면
언제든지 통화가 가능했었는데
요즘은 쓸데없는 소리 한참 듣고,
셀 수도 없는 숫자와 #, * 등을 누르고,
겨우 연결되었다 싶으면...
"지금 모든 상담원이 통화중이오니
계속 기다리시려면 ... 어쩌고 저쩌고..."
다들 겪어보셨지요?

이야기마을 웃음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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