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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어가 우리말 망친다구?

by 마을지기 posted Nov 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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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4-10-09
실린날 2003-01-21
출처 인터넷한겨레유머게시판
원문 제발 웃기지좀 말라고 그래. 외계어가 어떻게 우리말을 망쳐? 그건 그냥 자연스런 일상 언어를 표기하는 한 가지 좀 이상한 방법일 뿐이야. (내가 봐도 이상하긴 해. -_-;) 진짜 우리말 망치는 것들은 따로 있어. 내가 예를 들어 볼까?

먼저 수많은 기업들이야. 우리말로 된 상표 뽑아봐. 있기야 있지. 잘 찾아보면. 근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등록된 상표 중에 우리말로 된 거 있을까? 전체 중에 얼만큼이나? 세계 제일이라는 우리나라 핸드폰은 'Anycall'이란 같잖은 상표를 달고 팔려. 그러고 보면 '핸드폰'이란 단어마저도 최소한의 우리말 조어(단어 만들기)를 포기하고, 콩글리쉬를 쓴
대표적인 예야. 진짜 영어권 사람들은 Hand Phone이라고 안 쓰거든.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랑스럽게 새로운 말을 만들면서도 영어부터 썼지. 핸펀 핸펀 거리기 미안하지 않아?

그 다음, 학교야.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을 쓰는 일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 내가 학교에서 배웠던 '국어'란 과목은 거의 '고문'이었어. '나랐말싸미 문쨔와 사맏디 아니하여' 어쩌구 하는 그 끔찍한 단원은 우리말 사랑의 싹을 말려 버리기 충분한 고통이었지. 난 그 말보다 '아햏햏'이 훨씬 내 가슴에 와 닿아. 물론, '애니콜'로 '멀티팩'을 사용하여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나한테는 '불휘기픈남간바라메아니뮐쌔' 같은, '컴퓨터'로는 입력조차 안 되는 언어보단 영어가 훨씬 더 중요하기도 해. 어쨌거나, 학교에서 배운 우리말과 글은 일상생활에 편하고 아름답게 쓰기에는 '아햏햏'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까?

학교랑 좀 비슷하긴 하지만, 학계도 문제야. 새로운 뭔가가 생기면, 그걸 번역할 생각을 안해. C++의 operator overloading을 '연산자 과적'이라고 번역해 놓은 것을 보면 아마 싸구려 번역 프로그램을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오퍼레이터 오버로딩'이라고 쓰는 것보다는 operator overloading 이라고 쓰는 게 차라리 낫지. 어쨌거나, 얼마 전의 우리나라 학계에서 사용하던 용어는 일식 한자어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한글식 영어가 대부분이야. 우리가 직접 우리말로 번역한 학술용어가 얼마나 될까? 일본에서 번역한 한자어가 그대로 들어온 걸 빼면 아마 단어장 한 권 만들기에도 모자란 분량 아닐까?

뭐, 이쯤 됐으니 방송과 언론도 한 방 맞아 줘야지. 일단 MBC, KBS, SBS... 이런 이름부터 맘에 안 들어. 니들이 한글을 알아? 우리는 매일 매일 '뉴스데스크'에서 세상 소식을 접하고, '개그 콘서트'를 보며 웃고,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려. 그런 분위기 탓인지, 요즘 바보상자 속의 가수들은 대부분 영문 이름을 가지고 영어로 노래를 불러. 도대체 어디서 제대로 된 우리말을 배우란 말이야?

다시 기업으로 돌아가 보면, 우리 생활에 밀접한 상품들 이름도 전부 외국어 그대로야. 컴퓨터, 인터넷, 베란다, 싱크대, 아파트, 알람, 오디오, 비디오, 테레비, 라디오, 콘센트, 플러그, 샴푸, 린스, 샤워...

혹시 한글로 된 자동차 이름 봤어? 비누나 치약중에 한글 이름 가진 것들이 얼마나 돼? 가게 이름들은 또 어떻구.

우리말과 글을 이따위로 천대하면서, 우리말이 망가진 책임을 어린 세대들에게 돌려? '안녕하세요'를 '안냐세염'으로 쓰는 건 '애니콜'이란 이름의 '핸드폰'을 만들어 내는 것에 비하면 우리말의 창조적인 활용이라고도 봐 줄 수 있지 않아?

아직도 그림문자를 활용한 표기법이나, 우리말 짧게 줄여쓰기 같은 것에다가 '외계어'니 '병신표현'이니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사람들은 다시 잘 좀 생각 해 보길 바래. 그러고 나서도 계속 신세대와 통신이 우리말을 망친다고 주장한다면 내가 해 줄 말은 딱 하나야.

"Θトつトζ┃⊂らね┨"

번역 필요해? 바보. -_-;
젊은 세대가 통신 용어나
그림문자(이모티콘)를 쓰는 걸 가지고
우리말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양반들에게 하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잊혀져가는 한글날을 맞이하여
귀담아 들어야겠군요.

이야기마을 웃음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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