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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군인 아자씨

by 마을지기 posted Jan 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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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5-01-26
실린날 2002-05-24
출처 들은이야기
원문 지독하게 추운 철원의 겨울이었고, 내가 있던 부대는 혹한기 훈련 중이었다.

적어도 내 생각엔, 윗놈들이 세운 훈련 목표는 '추운 곳에서 안 얼어 뒈지고 얼마나 잘 버티나 보자'였다.

훈련은 일 주일이었고, 우리는 일 주일간 온도계 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해발 1175 고지에서 생활해야 했다.

내 생에 황당한 경우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덩은 여전히 그 상황에서도 문제였다.

생각해 보자.

산꼭대기의 바람까지 합해서 내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영하 100도였다. -_-;

화장실 같은 것은 있을 리 만무했다. 그 상황에서 야산에 나가 바지를 내리고 덩(x)을 분포해 놓는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었다. 막말로 꼬추(남자의 몸에는 이런 것이 있다 -_-;)가 얼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한참 일을 치루고 있을 때, "전투준비! 신속하게 이동하라!" 같은 말이라도 떨어지면 중간에 끊고 일어서야 하는 아픔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이런 열약한 환경을 극복하고 우리 중에는 핫 패드(흔들고 비비면 열이 나는 주머니난로)로 엉덩이를 비벼가며 일을 치루고 오는 놈들도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병사들은 얼굴이 노랗게 뜰 때까지 참기로 했다. 그렇게 훈련 마지막 날까지 5일이 흘렀다.

복귀 행군을 준비하기 전, X꾸녕이 갈라지는 듯한 아픔을 견디지 못한 난 결국 휴지를 들고 야산으로 올라가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 경사가 가파르지 않은 곳, 잡초가 없는 곳이어야 했다. 사람 눈에 안 띄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경사가 지지 말아야 함은 그 일을 치르다가 행여나 미끄러지면(실제로 미끄러진 고참이 있었음) 심하게 곤란하고, 땅에 잡초가 있으면 행사(?) 도중 엉덩이를 찌르기 때문이었다. 그런 곳은 의외로 찾기 쉬웠다.

'명당'이라 이미 여러 명이 다녀간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이얀 처녀설 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덩들…. 그리고 노란 휴지들…. 유쾌하지 않은 광경이었다. -_-; 난 재빨리 바지를 내리고 힘을 주었다.

"푸(후)덕푸(후)덕" 하는 효과음과 함께 대량의 물질이 신선한 바깥 공기와 접하며 그윽한 냄새를 산에 널리 퍼뜨렸다.

5일간 참아왔던 그것들은 언뜻 느낌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굵기와 양이라는 것이 짐작되었다.

궁금한 나머지 언뜻 뒤를 돌아보니 하이바(철모) 높이 만큼의 갈색 물체가 보였다. 놀라서 일어설 뻔 했다. -_-; 난 순간 아득해지는 정신을 바로 차리고, 손에 휴지를 힘 있게 쥐었다.

이 광경을 누구에게 들키기 전에 이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기인열전"에 나가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_-;

재빨리 엉덩이 쪽으로 휴지를 가져가는 순간…. 뒤쪽 수풀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며 누군가가 내려왔다.

산토끼 정도이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신은 내 편이 아니었다. 그렇게 어색한 상황에 등장한 인물은 옆 중대 중대장이었다. 그 중대장은 나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_-; 곤란해 뒈질 것 같았다. -_-;

문득 그 중대장은 "상급자에 대한 경례"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간부라는 것이 생각났다. 병신처럼 휴지를 든 오른손으로 경례를 할 뻔했다.-_-;

내가 그렇게 덩 자세와 경례 자세 사이에서 어정쩡하고 있자, 그 중대장이 "편히 쉬어!"라고, 젊잖은 말투로 얘기했다.

"아냐, 아냐, 계속 해, 계속 싸."

그리고는 의미 있는 웃음을 짓고 아래로 내려갔다.

"이런 씹쌀바바리~.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난 벌겋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왼손으로 감싸며 다시 휴지를 엉덩이로 가져다 댔다.

그 때 또 한 번의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제발 산짐승이기를 바랬다. -_-; 하지만 신은 죽었다. -_-; 이번에 내려온 놈은 그 중대장의 통신병(중대장 따까리)이었다. 놈은 나를 슬쩍 한 번 보고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중대장 뒤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그 중대장과 무엇인가를 재밌게 얘기했다.-_-;

난 더 이상의 개쪽을 피하기 위해 성급하게 휴지를 갖다 대고, 강하게 1회 문질렀다. 그리고 그 휴지를 한 번 접으려 할 때… 뒤에서 엄청난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_-; 뒈져도 좋으니 멧돼지나 늑대이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신은 영창에 가 있었다. -_-;

옆 중대 중대원 전체가 차례차례로 모두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_-;;;;

정확히 124명이 지나갔다.

난 그렇게 엉덩이를 까 내린 상태로,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 손으로는 누런 것이 묻어 있는 휴지를 잡은 체, 덩 밭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_-;;;;

그들이 모두 사라진 후… 난 눈에 눈물이 고였음을 느꼈다. -_-;

훈련 복귀 후, 강원도 철원에서 호랑이 똥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았다. 뉴스에서는 굵기로 보나, 양으로 보나 호랑이의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난 아직도 방송사에 그것이 내 것이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
있을 수 있는 일인 것 같네요.^^
철원이 춥다더니 그 말이 맞나봅니다.

이야기마을 웃음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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