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가는 귀먹은 아내

by 마을지기 posted Feb 16, 2005
Extra Form
보일날 2005-02-16
실린날 2005-02-16
출처 인터넷한겨레유머게시판
원문 난 최근에 와서 아내가 내가 물어보는 말에 제대로 대답을 안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같은 사람 만나 평생 고생하면서, 억척스러워진 아내. 이제 나이가 들면서 오는건 가는귀 먹는 일 뿐이던가!

어쪴든, 나는 아내가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으면 했지만, 아내의 상태는 내 짐작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우선 전문의와 먼저 상담하고 나서 어떻게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인가 결정하기로 했다. 전문의는 일단은 아내의 청력을 진단하고 난 후에야 처방을 할 수 있으므로, 우선 집에 가서 아내가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부터 못 알아듣는지 테스트를 먼저 해보라고 했다.

아파트 현관문으로 들어오면서 나는 아내가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난 곧 현관문에서부터 아내를 테스트하기로 했다.

(현관)

나 : 여보! 오늘 저녁 뭐야?

아내: ...

나 : (속으로 하는 말) 아 그래, 현관에서 부엌까지는 아무래도 너무 멀지! 그래 응접실 입구에서 다시 한 번.

(응접실 입구)

나 : 여보! 오늘 저녁 뭐야?

아내: ...

나 : (속으로 하는 말) 여기도 부엌까지는 너무 먼가? 그래, 멀 수도 있는 거리지. 그럼 부엌 들어가면서 다시 한 번.

(부엌 입구)

나 : 여보! 오늘 저녁 뭐야?

아내: ...

나 : (속으로 하는 말) 아니, 도대체 여기서도 안 들린단 말인가?

난 정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어쩌다 못 알아듣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아내의 귀가 이렇게 심각할 줄이야. 난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난 천천히 아내 곁으로 다가가서 아내의 등에 손을 살포시 얹으며, 나의 질문을 되풀이 했다. 속상했지만,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나 : 여보! 오늘 저녁 뭐지?

그 때 아내는...

갑자기...

홱 돌면서...

아내 : 아니, 도대체 내가 '칼국수'라고 몇 번 말해야 알아듣겠어? 도대체 몇 번!
아내의 청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자기 자신에게 있었던 것입니다.
남의 문제라고만 생각하던 일이
따지고 보면 자기 문제인 경우가
세상에는 얼마든지 많이 있습니다.

이야기마을 웃음샘

전대환의 유머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698 2008-02-04 한반도 대간척사업 3309
697 2008-02-05 경상도 사투리 연구 3387
696 2008-02-11 예리한 판단 3193
695 2008-02-12 뇌의 지시를 혀가 따라주지 않을 때 3154
694 2008-02-13 참새를 무더기로 쉽게 잡는 법 3115
693 2008-02-14 작품 소개 3220
692 2008-02-15 거짓말 3333
691 2008-02-18 수녀님들의 비밀 3024
690 2008-02-19 애인이 좋아 3313
689 2008-02-20 사기 골프 3057
688 2008-02-21 최종 해결 3165
687 2008-02-22 친구 이름 3243
686 2008-02-25 결혼 전 vs 결혼 후 2946
685 2008-02-26 좌파 우파 구별법 3271
684 2008-02-27 세대차이 3187
683 2008-02-28 “네 말이 맞아!” 3126
682 2008-02-29 미성년자 관람불가 3669
681 2008-03-03 청출어람 3110
680 2008-03-04 군대 계급별 시 3410
679 2008-03-05 괴로운 실험실 생활 311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