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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
2005-03-19 |
실린날 |
2004-10-24 |
출처 |
문화일보 |
원문 |
우리 선조들은 날이 따스해지면 산마루에 올라 바깥 구경 못한 거시기를 내놓고 바람을 쐬어 습기를 제거하고 자연의 정기를 받아 양기를 강하게 했는데 이를 ‘거풍’이라 했다.
자취생 철수가 돗자리를 들고 옥상에 올라가 책을 보던 중 햇볕이 좋고 마침 ‘거풍’이 떠올라 아랫도리를 내리고 누웠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그런데 마침 한 건물에 사는 영숙이 이불을 널려고 올라와서는 이 광경을 보고 말았다.
“어머, 지금 뭐하는 거예유?”
발칙한 철수가 상황 수습 못하고 한다는 소리가...
“고추 말리는 중인데요~.”
영숙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치마를 걷어 올리고 속옷을 내리더니 철수 옆에 나란히 누웠다.
철수: 아니, 뭐하는 거예요?
영숙: 나도 고추 부대 좀 말릴라구유∼.
그날 저녁, 공교롭게도 집 앞에서 둘은 또 마주쳤다. 영숙이 배시시 웃으며 철수에게 하는 말.
“고추 다 말렸으면 부대에 담아야쥬∼.” |
쌓아 두었던 물건을 바람에 쐬는 것을
우리말 사전에는 거풍(擧風)이라 했습니다.
다락에 쌓아두었던 책들,
장농 속에 들어 있던 겨울 이불,
고추장, 된장 독까지 거풍이 필요합니다.
거풍하기 좋은 계절이 왔습니다.
그런데 거풍까지는 좋은데
고추를 아무 부대에나 넣으면
큰 코 다칠 일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