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아이를 만들다 말고 길을 떠나시다니

by 마을지기 posted Apr 22, 2005
Extra Form
보일날 2005-04-23
실린날 2004-04-26
출처 《농담》
원문 옛날 프랑스 어느 시골에 아름답고 순박한 여인 하나가 있었는데, 남편이 멀리 브르고뉴 지방으로 장삿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들이 혼인한지 넉 달쯤 되던 무렵이었고, 여인의 몸에는 태기가 있었다. 남편이 떠난 후, 이웃에 사는 앙드레가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평소 흉허물 없이 지내던 이웃인지라, 여인은 자기가 임신한 사실을 앙드레에게 알렸다. 그러자 앙드레가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여인에게 말하였다.

"아이를 만들다 말고 먼 길을 떠나다니, 딱한 사람이군! 부인, 장차 태어날 아이에게 자칫 귀 하나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경우를 여럿 보았습니다. 부군께서 돌아오시면 서둘러 아이를 완성시키라 하시지요."

앙드레가 싱글거리며 하는 그 말에 여인이 몹시 난감해한다.

"어쩌면 좋아! 먼 브르고뉴 지방으로 가셨는데... 아무리 일러도 한 달 후에나 돌아오실 터인데..."

무심히 던진 농담을 여인이 철석같이 믿는 것을 보고, 앙드레는 욕정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절망감에 사로잡힌 여인에게 앙드레가 다정하게 말하였다.

"제가 어찌 이웃의 도리를 저버리겠습니까! 아무리 바쁘더라도 부인의 급한 사정을 어찌 못 본 체하리까! 허락하신다면, 미숙한 솜씨로나마 아이를 완성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즉석에서 그 착한 일을 시작하였고,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아이를 완벽하게 만들어주느라고 정성을 쏟았다. 그러던 중 드디어 남편이 돌아왔다. 그날 밤 여인은 남편의 품에 안겨 즐거워하면서도, 남편 나무라는 것만은 잊지 않았다.

"아이를 만들다 말고 먼 길을 떠나시다니, 참으로 훌륭한 아버지십니다! 허울뿐인 아버지군요!"

이형식 편, 《농담》(궁리출판, 2004), 138-139쪽.
세상에 별난 '착한 일'도 다 있군요.^^
생명이나 태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던 시절 이야기인 듯합니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나올 법한 이야기인데,
실제로 거기에 나오는 이야기인지는
유감스럽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야기마을 웃음샘

전대환의 유머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 2005-04-23 아이를 만들다 말고 길을 떠나시다니 3295
557 2005-04-22 술 취한 상황, 술 깬 상황 3283
556 2005-04-21 패스워드 3420
555 2005-04-20 씨받이 3306
554 2005-04-19 코미디언 송해 씨의 취중 실수담 3679
553 2005-04-18 존경해야 할 이유 3337
552 2005-04-16 선생님들이 즐겨 하시는 말씀 3660
551 2005-04-15 세무사의 딸 3466
550 2005-04-14 내게 주어진 벌 3242
549 2005-04-13 어떻게 듣는가가 문제 3112
548 2005-04-12 단 한 가지 질문만 3091
547 2005-04-11 한달에 1억원 벌기 3420
546 2005-04-09 쌀밥의 위험성 3575
545 2005-04-08 사하라 숲 2799
544 2005-04-07 역사왜곡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 2578
543 2005-04-06 돈을 지니면 안 되니까 2840
542 2005-04-04 최사장과 나 3145
541 2005-04-02 4월은 잔인한 달 3532
540 2005-04-01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들 3416
539 2005-03-31 최첨단 기술 277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