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잃어버린 국자

by 마을지기 posted Jun 20, 2005
Extra Form
보일날 2005-06-21
실린날 2004-04-26
출처 《농담》
원문 마음씨 착한 사제가 이웃 마을 사제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였다. 그리하여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은제 식기들을 모처럼 꺼내 손님을 대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밤 열한 시가 지나 손님이 돌아간 후, 은제 식기들을 살펴보니 국자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웃 마을 사제가 비록 장난을 심하게 친다 해도, 그가 국자를 슬쩍해 갔으리라고는 차마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의혹을 말끔히 떨쳐버릴 수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 사제는 이웃 마을 사제에게 짤막한 쪽지를 보냈다.

"다정한 벗이여! 그대가 나의 국자를 훔쳐갔다고는 하지 않겠네. 그렇다 해서 그대가 국자를 훔쳐가지 않았다는 뜻은 더욱 아닐세. 하지만, 만약 그대가 국자를 잠시 빌려갔다면, 그것을 돌려보내 주시게. 내가 매우 귀중하게 여기는 물건이니…."

쪽지를 가지고 갔던 심부름꾼이 답장을 들고 돌아왔다.

"다정한 벗이여! 그대가 사제관 하녀의 침실에서 잔다고는 하지 않겠네. 그렇다 해서, 그대가 그녀의 침대에서 자지 않는다는 뜻은 더욱 아닐세. 하지만, 만약 그대가 지난밤 그대의 침대에서 잤다면, 그대는 벌써 국자를 찾았을 걸세. 내가 그것을 침대 속에 감추었으니까…."

이형식 편, 《농담》(궁리출판, 2004), 179쪽.
참 짓궂은 분들이로군요.
웬만큼 절친한 사이가 아니면
이런 농담을 주고받지는 못할 겁니다.

이야기마을 웃음샘

전대환의 유머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618 2006-05-10 공포 속의 기도 3546
617 2006-04-28 난 이럴 때 왕따임을 느꼈다 3547
616 2005-11-21 게으른 죄 3548
615 2009-04-28 송아지와 수표 3549
614 2009-02-16 재치있는 대답 3550
613 2010-01-26 밀주 제조 피의자 3551
612 2008-03-24 정액을 왜 샀니? 3552
611 2008-08-01 아빠가 돈이 많으면 3552
610 2009-07-14 왕초 고객 3552
609 2008-02-01 과학 이야기 3555
608 2005-08-10 동물뉴스 3557
607 2006-02-21 초능력자 3557
606 2008-01-25 기막힌 이름들 3558
605 2005-08-23 아내는 무서워 3559
604 2006-05-23 삶과 죽음의 동일성 3560
603 2006-01-23 연인들, 이렇게 바뀐다 3561
602 2008-09-05 남녀혼탕 3562
601 2009-08-21 두 달의 유급 휴가 3562
600 2006-04-06 자식 걱정 3563
599 2009-09-10 어떤 유언 356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