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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같은 옷만 사주는 아내

by 마을지기 posted Apr 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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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9-04-21
실린날 2007-12-05
출처 다음 아고라
원문 며칠 전에 아내가 내 옷을 샀다.

요즘 아내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산다.

그런데 인터넷 쇼핑몰에는 아저씨들 옷은 없단 말인가. 왜 사는 옷마다 이렇게 유아틱한지...

아내는 내가 아직 10여년 전 새신랑인 것으로 착각하나 보다.

겨울에 남방 위에 받쳐 입을 티를 샀다는데, 하얀색에 가슴에 뜻 모를 영어 한줄.

며칠 다른 옷을 입고 출근하다 오늘 아침에 딱 걸렸다.

"왜 내가 사준 티 안입고 다녀? 오늘 입어!"

도저히 핑계가 없기에 할 수 없이 입고 나왔다.

출근하자마자 직원이 한마디 날린다.

"오늘 MT 가십니까?"

이런...

또다른 직윈이 한마디 날린다.

"형우 많이 컸나 보네. 아들하고 옷도 같이 입고..."

이런, 이런...

난 하루 종일 근무복 잠바 지퍼를 목까지 올리고 일을 했다. 오늘따라 사무실이 왜 이렇게 더울까. ㅠㅠ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내 티와 비슷한 티를 보았다. 난 옆칸으로 피했다.

내가 쪽팔린 것보단 그 학생이 아저씨하고 같은 옷을 입고 다닌다는 충격을 생각해서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내가 주문한 내 겨울 코트가 왔다고 한다.

오! 겨울 코트라... 난 짙은 회색이나 카키색 정도의 모직 코트를 상상하며 미소 지었다. 그런데 날 맞이한 건 아휴...

첫눈에 들어온 건 모자에 달린 토끼털들이었다. 난 모자에 저렇게 많은 토끼털이 붙어 있는 옷은 첨 봤다. 그리고 안감에도 똑 같은 알록달록한 토끼털들. 더욱 당황스러운 건 난 첨에 옷이 뒤집힌 줄 알았다. 왜 바느질 선들이 옷 밖으로 나와 있는거야. 옷 색깔? 어떻게 글로 표현 못하겠다.

"이쁘지, 이쁘지?"

난 잠깐 동안 낼 아침 지하철에서 이 토끼털을 뒤집어 쓴 내 모습을 그려 봤다.

난 용기를 내서 아내를 내 앞에 앉히고 얘기를 했다.

"형우 엄마, 당신이 내가 젊어 보이는게 좋겠고, 뭐 이쁜 옷 있으면 사주고 싶은 맘 충분히 고맙고 다 이해한다. 하지만 나도 이제 30대 후반이고, 뭐 내세울 건 없지만 나도 직장에서 위치도 있고 하니까 좀 이런 애들 같은 옷 말고, 중후함까진 안 바래도 좀 어른스러운 옷이 좋지 않겠냐?"

난 충분히 예의를 갖춰서 얘기를 했다.

그런데 아내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면서 한마디 던진다.

"그런 건 얼마나 비싼데, 애들 게 싸!"

애들 게 싸...

그거였구나.
흰색 바탕에 뜻모를 영문자 몇 개,
티셔츠야 속에 입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토끼털 모자가 달린
겨울 코트는 좀 이상해 보이겠네요.

그런데 삼십 대 후반 '아저씨'가
젊은 친구들이 입는 티셔츠나,
토끼털 모자 달린 코트를 입으면
왜 이상해 보이는 걸까요?

이야기마을 웃음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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