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아침에 어떤 아주머니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으니 좀 나와보라는 용건이었습니다.
나가 봤더니 정말 제 차의 뒤 범퍼 옆구리가 긁혀 있었습니다.
우그러진 것도 아니고 긁히기만 했지만
정비소에 가면 분명히 새걸로 갈라고 할 터인데,
11년이나 탄 차에 새 범퍼를 단다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어서,
그 아주머니에게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가시게 했습니다.
"범퍼라는 게 본디 부딪침을 대비해서 달려 있는 것이고,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돌아가십시오!"
그래도 그럴 수 없다면서도 그분은 일단 그 자리를 떠나셨는데,
한 시간쯤 뒤에 다시 찾아오셔서는, 시집(詩集) 한 권과
봉투 하나를 내미시기에, 봉투는 돌려드리려고 했으나
굳이 맡기시는 바람에 그러면 헛되지 않게 잘 쓰겠노라 하고 받았습니다.
나중에 열어보니 그 안에는 현금 10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정도 일을 가지고 돈을 받은 게 조금 찜찜하기는 하지만
양쪽 모두 기분은 좋았던 '사건'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 오늘도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