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야수 앞의 도덕

by 마을지기 posted Apr 10, 2004
Extra Form
보일날 2004-04-13
출처 고은, 《나, 고은(제3권)》(민음사, 1993), 253-254쪽
책본문 박정희는 담배를 담배진까지 빨아대며 그의 검은 안경이 주는 인상과 과시와는 반대로 다른 동료가 쓴 미제 검은 안경을 빼앗아 군홧발로 으깨어버리는 사람이었고 일부 종군작가들과는 밤마다 창녀촌을 드나드는 사람이었다. 일본 하이쿠(俳句)를 외우고 일본 군가를 잘 불렀다.

바야흐로 그런 무의 시절이 와버린 것이다. 장면이 수녀원에 피신한 것은 그 정치적 본질인 문이 무에 대해서 신앙에 의존하는 정도를 드러내고 있고, 뒤에 그의 심정 토로는 "나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라는 것이었다. 이런 말은 종교의 영역이지 정치력의 발로라고 할 수 없다. 야수 앞의 도덕이었던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시대에 일본군의 모범 장교로서
독립군을 토벌하는 등
일본에 충성하여 국왕으로부터
금시계까지 받았다는 것,
한 때 공산당 활동을 하다가
조직을 팔아 목숨을 구했다는 것 등은
만천하에 다 밝혀진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를
'영웅'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의 독재 18년 동안 본인이,
그리고 5-6공의 그의 후계자들이
언론을 장악하고 교과서를 장악하여
온갖 더러운 치부는 꼭꼭 숨긴 채
오직 경제를 일으킨 대통령으로 그를
왜곡하고 미화하여 왔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은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입니다.
야수 앞에서 비참하게 짓밟히는 도덕,
그런 비극은 우리 역사에서
5.16 쿠데타 한 번으로도 족합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097 2005-05-23 희생자가 비난 받아야 하는가 2451
1096 2005-05-24 우리의 마음이 충분히 크다면 2529
1095 2005-05-25 경상도 아줌마 전라도 아줌마 2936
1094 2005-05-26 멋진 상대를 차지하는 방법 2428
1093 2005-05-27 가족을 고객처럼 2584
1092 2005-05-28 모자라는 것은 소리를 내지만 2766
1091 2005-05-30 현장으로 나갑시다 2490
1090 2005-05-31 누가 그 음식을 먹겠느냐? 2504
1089 2005-06-01 양의 다리를 부러뜨린 양치기 2943
1088 2005-06-02 양에 대하여 2673
1087 2005-06-03 지식의 첫 번째 원칙 2707
1086 2005-06-04 굽은 소나무 3374
1085 2005-06-07 오늘이 마지막 날인 듯 살아가라 2674
1084 2005-06-08 이웃 2780
1083 2005-06-09 어째서 2938
1082 2005-06-10 의심을 해소하려면 2936
1081 2005-06-11 어리석음의 극치 3080
1080 2005-06-13 벗을 사귈 때의 맹세 2754
1079 2005-06-14 "어찌 나를 이길 수 있겠느냐" 2541
1078 2005-06-15 주는 것과 받는 것 272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