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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by 마을지기 posted Nov 1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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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4-04-19
출처 독자 693인 편,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삼일서적, 1985), 92쪽
책본문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우리는 늬들을 철모르는 아인 줄로만 알았다.

마음 있는 사람들이
썩어가는 세상을 괴로워하며 몸부림칠 때에도
그것을 못 본 듯이 짐짓 무심하고
짓궂기만 하던 늬들을
우리는 정말 철없는 아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알았겠느냐 그날 아침
여니 때와 다름없이 책가방을 들고
태연히 웃으며 학교로 가던 늬들의 가슴 밑바닥에
냉연한 결의로 싸서 간직한 그렇게도 뜨거운
불덩어리가 있었다는 것을.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우리는 아직도 모른다.
무엇 때문에 어린 늬들이
너희 부모와 조상이 쌓아온 죄를 대신 속죄하여
피 흘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것을.

[4월 의거 학생 부모의 넋두리에서]

(조지훈,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중.)
사용처 1. 20140716 수 내일신문 전대환칼럼.
1919년 3월,
젊은이들이 대한독립을 외쳤습니다.
그러나 일제가 찍어눌렀습니다.
1960년 4월,
젊은이들이 이승만을 몰아냈습니다.
그러나 박정희가 판을 엎었습니다.
1980년 5월,
젊은이들이 민주를 부르짖었습니다.
그러나 전두환이 짓밟았습니다.
1987년 6월,
젊은이들이 직선제를 쟁취했습니다.
그러나 양김씨가 말아먹었습니다.
2004년 봄,
젊은이들이 선거혁명을 이루었습니다.
이제는 아무 일도 없어야겠습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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