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로그인

아미타불, 네에미타불!

by 마을지기 posted Apr 10, 2004

Extra Form
보일날	2004-05-22
출처	고은, 《나, 고은(제3권)》(민음사, 1993), 12-14쪽
책본문	[만해 한용운의 유일한 제자인 이춘성(李春城) 노장은] 남이 자는 한밤중 내내 혼자 이슬 퍼붓는 도량의 여기저기를 돌며 몇십 년 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천수경을 독송하고 독송하기를 이어온 심야의 정진으로 살고 있었다. 그의 천수경 독송은 밤이라 자는 사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낮은 소리이지만 그 소리 가까이 가면 실로 장중한 여운으로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 밤 자정이 넘은 신새벽에 나도 잠을 깨어 그 스님 뒤를 따라다니며 그 독송을 함께 하다가 장엄염불(莊嚴念佛)이 끝나고 나면 그 때에야 밤새 소리가 한두 개 남아서 소리를 잇는 것이다. "스님!" "뭐냐, 네놈이 나와서 남의 지랄에 상관하냐?" "지랄이라니요?" "그럼 내가 지랄했지 뭘 했겠니... 서방정토 아미타불이라는 놈, 네에미타불이다." 그가 그렇게도 경건하고 지성으로 불러 섭수(攝收)를 기원한 천수경이 끝나면 그것을 지랄이라고 해버리는 그 어이없는 막말을 누가 있어 막아버릴 수 있겠는가. 바로 이 스님이 젊은 시절 그의 스승 만해의 감옥으로 면회를 가서 그 면회 철창 사이로 인찰지 꼰 것을 받아 그것을 상해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에 보내어 「조선독립의 서」가 세상에 발표되게 한 것이다.
사용처	1. 20150301 일 한울교회 주일예배 설교.

만해 한용운의 「조선독립의 서」는
이렇게 해서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가 일제 강점기를
36년간이나 보냈지만,
밤새 천수경을 독송하며
'지랄'을 해댄 이런 어른들이 계셔서
다시 빛을 보게 되었나봅니다.

Facebook Twitter Google Pinterest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댓글 쓰기

에디터 선택하기

✔ 텍스트 모드 ✔ 에디터 모드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397	2009-11-05	약속	3401
1396	2009-11-04	여우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3451
1395	2009-11-03	흘려야 할 때	3571
1394	2009-11-02	"꼬마야, 내 딸아!"	3426
1393	2009-10-30	그대가 활짝 웃던 날	3182
1392	2009-10-29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드시고"	4237
1391	2009-10-28	지도의 공간과 실제 공간	2951
1390	2009-10-27	진리의 적	2933
1389	2009-10-26	"타인병작(他人竝作) 못하리라!"	3168
1388	2009-10-23	신을 믿고 싶어한다는 것은	3061
1387	2009-10-22	‘STOP’ 도구를 사용하라!	2904
1386	2009-10-21	노인을 공경하는 일	2915
1385	2009-10-20	수습	3154
1384	2009-10-19	고분고분 아이, 뼈대 굵은 아이	3386
1383	2009-10-16	게으른 남편의 몸을 일으키려면	3258
1382	2009-10-15	시간차가 있다는 것을 감사하라!	3087
1381	2009-10-14	생각의 질병에서 벗어나라!	3047
1380	2009-10-13	차 한 잔 하시겠어요?	3099
1379	2009-10-12	적이지만 훌륭하다	2982
1378	2009-10-09	자연미	3588

전체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