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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하지 마라

by 마을지기 posted Feb 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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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4-06-19
출처 박노해, 《겨울이 꽃핀다》(해냄출판사, 1999), 68쪽
책본문 엄니 배고프다아
신발도 떨어지고 공책도 떨어지고
외갓집에 가서 쌀 좀 가져오자아

뙤약볕 아래 남의 밭 매는 엄니 곁에서
어린 나는 속도 없이 배고파 징징거렸다
훅훅 찌는 밭고랑은 매어도 매어도 끝이 없고
흰 수건 쓰고 뚝뚝 땀방울 떨구는 엄니는
빠르게 호미손만 놀릴 뿐 말이 없었다

긴 여름 해가 갯벌 바다를 붉게 물들일 때쯤
엄니는 뽕나무 아래 잠든 나를 업고 샘터로 가 씻기고
날랜 손으로 밀린 집안일을 단속하고 저녁상을 차렸다
정신없이 밥을 먹는 나에게 엄니는 당신 밥을 덜어주며
조용조용 그러나 단단하게 말씀하셨다

평아, 다시는 남의 쌀 가져오잔 말 꺼내지 말거라
의지하지 말아야 할 것에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의지하면 원망이 생기고 속이 물렁물렁해져 사람 베리는 법이다
사지 육신 성하고 앞날이 창창한 사내가 자기 할 일을 버려두고
의지할 곳부터 찾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느님께만 의지하고 너 자신에게만 의지해라

(박노해, 「의지하지 마라」 중.)
사용처 1. 20140302 일 한울교회 주일예배 설교.
힘들면 기대고 싶은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살림이 어려워지면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을 찾게 됩니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면
토정비결이라도 보고 싶어집니다.
어두운 인생길이 계속 되면
묘자리라도 점검해보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한 번 기대기 시작하면
끝없이 기대고 싶어집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스스로 일어서야 합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믿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 믿으며!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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