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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by 마을지기 posted Feb 1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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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4-07-30
출처 도종환, 《슬픔의 뿌리》(실천문학, 2002), 82-83쪽
책본문 노래방에 갇혀 노래를 부르면서
정작 노래를 잃어버렸다
텅 빈 하늘을 향해 서서
목이 터져라 부르던 노래
바람이 머리칼을 흔들면
걸음을 뗄 때마다 저절로 나오던 노래
물가에 앉으면 가슴이 먼저 젖어 흘러나오던
그런 노래를 잃어버렸다...

온전히 내 노래가 되던 노래
노래 한 곡이 술 한 잔을 마시게 하고
노래만으로도 온 밤을 깨어 있게 하던
그런 노래들이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중심도 방향도 놓친 뒤부터
바람도 물소리도 멀리한 뒤부터

(도종환, 「노래」 중.)
사랑하는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던 노래,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달리며 부르던 노래,
산 위에서 목청껏 부르던 노래,
바다를 향해 힘껏 외치던 노래,
아기를 재우며 흥얼거리던 노래,
농사 일을 하며 함께 어울려 부르던 노래...
이런 노래들이 이제는 사라져갑니다.
오늘 우리는 노래방에서 화면만 바라보며
'가짜' 노래만 부르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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