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진인은 잘 드러내지 않는다

by 마을지기 posted Jul 09, 2004
Extra Form
보일날 2004-12-09
출처 리이위(장연 역/리이위 편), 《세 치 혀가 백만 군사보다 강하다》(김영사, 2004), 21-22쪽
책본문 조금 남은 머리카락을 변발로 땋아 묶고 중국 고유의 장포에다 마고자를 걸친 고홍명 선생이 어느 날 버스를 탔다. 고 선생은 다리를 꼬고 앉아서 차창 밖의 풍경을 구경했다.

잠시 후 외국인 청년 몇 명이 다가오더니 고 선생을 바라보면서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하는데 몹시 불손한 내용이었다. 영어를 사용한 그들은 나이 많은 고 선생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고 선생은 얼굴 빛 하나 바꾸지 않고 품속에서 영어 신문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외국인 청년들은 목을 빼고 들여다보다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마구 떠들었다.

"이 바보 노인 좀 보게나. 영어도 모르면서 영어신문을 본다고? 그것도 거꾸로 들고서 말이야."

청년들이 한바탕 웃으며 소란을 피우고 나자 고 선생이 정확하고 유창한 영어로 말을 꺼냈다.

"영어란 놈은 너무 간단해. 그래서 거꾸로 보지 않으면 재미가 없지."

고 선생이 말을 마치자 대경실색한 청년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더니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 자리를 떠나갔다.
나 혼자만 일고 있을 것 같은 사실을
의외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 혼자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의외로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무시해도 좋을 사람은
세상에 한 명도 없습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237 2009-03-10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 3623
1236 2009-03-09 결백 3443
1235 2009-03-06 노력한 만큼의 결실 3470
1234 2009-03-05 훨씬 더 많은 햇빛 3397
1233 2009-03-04 "나는 그런 거 없다!" 3495
1232 2009-03-03 3397
1231 2009-03-02 명예로워지기 3514
1230 2009-02-27 감사의 표현 3831
1229 2009-02-26 거상 임상옥 4007
1228 2009-02-25 때를 정하는 기준 3438
1227 2009-02-24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덕으로 빼앗아라! 3285
1226 2009-02-23 “빛이다. 그렇지?” 3200
1225 2009-02-20 말 속의 뜻 3486
1224 2009-02-19 최선의 복수 3418
1223 2009-02-18 당신이 부러워하는 사람들 3449
1222 2009-02-17 그분이 홀로서 가듯 3255
1221 2009-02-16 "마부를 풀어 주시오!" 3296
1220 2009-02-13 나는 피해자인가 3589
1219 2009-02-12 창의력 3429
1218 2009-02-11 시인이란 340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