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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서 벌거벗은 아이

by 마을지기 posted Apr 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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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5-04-30
출처 이청준, 《야윈 젖가슴》(마음산책, 2001), 34-35쪽
책본문 50년대 전란시절 어느 해 겨울 한 미국인 선교사가 눈 덮인 시골길 다릿목을 지나가는데, 교각 아래쪽에서 웬 갖난애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선교사가 내려가보니 한 남루한 여인이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죽어 있는데, 그 품속에서 갖난쟁이 여자아이가 살아 울어대고 있었다. 추위 속에서도 아이가 살아남은 것은 그 어미가 자기 옷을 벗어 아이를 꼭꼭 감싸 안고 죽은 때문이었다.

선교사는 사람들을 불러 그 어미를 묻어주고 아이는 자신이 거둬다 길렀다. 그리고 아이가 열 살쯤 되어 철이 들기 시작할 무렵, 선교사는 한국 체재를 끝내고 귀국해야 할 처지가 되어 아이와 의논 끝에 함께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 먼 이국길을 떠나기 전 아이가 마지막으로 제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가 하직인사를 드리던 날이었다. 그날도 날씨는 쌀쌀하기 그지없는데, 여자아이는 차가운 바람기 속에 한겹 한겹 제옷을 모두 벗었다. 그리고 그 옷가지들로 제 어머니의 무덤을 쓰다듬듯 꼭꼭 싸 덮어주고 나서, 자신은 벌거벗은 몸으로 그 추위 속에 하염없이 서 있었다.
사용처 1. 20071104 일 구미안디옥교회 주일예배.
추운 겨울,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잠깐 동안 벌거벗고 서 있는다고,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아시기야 하겠습니까만
이는 자기를 살리려고 대신 돌아가신
어머니를 뼛속 깊이 새기기 위함이겠지요.
'부모가 나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나'
한 번이라도 이렇게 생각 되는 사람은
영아원에서 단 하루 동안만이라도
아기보기를 경험해볼 일입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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