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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에 관하여

by 마을지기 posted Feb 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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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5-05-09
출처 김남조, 《영혼과 가슴》(새미, 2004), 14-15쪽
책본문 내 마음을 열
열쇠 꾸러미를 너에게 주마
어느 방 어느 서랍이나 금고도
원하거든 열어라
그러하고
무엇이나 가져도 된다
가진 후 빈 그릇에
허공부스러기쯤을 담아 두려거든
그렇게 하여라

이 세상에선
누군가 주는 이 있고
누군가 받는 이도 있다
받아선 내버리거나
서서히 시들게 놔두기도 하는
이런 일 허망이라 한다
허망은 삶의 예삿일이며
이를테면
사람의 식량이다.

나는 너를
허망의 짝으로 선택했다.
너를
사랑한다

(김남조의 시 〈허망에 관하여〉 전문)
사용처 1. 20050220 안디옥교회 낮예배.
어머니는 우리에게
당신 마음의 열쇠꾸러미를 주셨습니다.
어느 방, 어느 서랍이든,
심지어 당신 마음의 금고까지도
마음껏 열도록 해주셨습니다.
그러시면서, 감사하다는 쪽지 하나
안 남겨도 좋다고 말씀하시고,
자식들을 '허망의 짝'으로 여기신다지만,
정작 자식들이 허망의 짝으로 다가올 때,
그 허전함은 블랙홀처럼 깊을 것입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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