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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소나무

by 마을지기 posted May 2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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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5-06-04
출처 정동주, 《소나무》(기획출판 거름, 2000), 148쪽
책본문 아랫부분이 구부정한 소나무를 밑둥치에서부터 베어 내면 마치 필드하키 선수들이 사웅하는 스틱처럼 생긴 목재가 됩니다. 굽은 밑부분 끝이 하늘을 향해 배열되면 처마가 가볍게 쳐들린 곡선이 됩니다. 굽은 소나무가 우리 건축물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좋은 예지요.

실제로 무량사 극락전 보수공사 때 이 같은 곡재의 증요성이 입증된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공사 때 굵고 곧은 외국산 소나무를 수입해다 깎고 다듬어 곡재로 만들어 썼습니다. 그러나 굵은 목재를 깎아서 보수한지 10년 만에 추녀 네 개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졌습니다. 굵은 수입 원목을 깎아 내버리는 손실도 손실이지만 원래 굽은 한국산 소나무보다 강도가 월등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었죠.

그래서 한국의 전통 가옥을 짓는 목수들은 직재는 직재대로, 곡재는 곡재대로 우리 재래의 목조 건축에 그 용도가 적절히 사용되므로 반드시 구하기 힘들어도 우리 건축에 맞는 목재를 써야만 집의 조화가 이뤄진다고 말합니다.
사용처 1. 20141114 노자왈 소자왈 72장.
우리 조상들은 목재를 쓸 때,
굽은 것을 펴서 쓰려 하지 않았습니다.
곧은 것을 곡선으로 깎아서 쓰지 않았습니다.
굽은 것은 굽은 것대로,
곧은 것은 곧은 것대로,
각기 제 용도에 맞게 쓸 줄 알았습니다.

그것은 사람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쓸모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각기 타고난 성품에 따라
생긴 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안목 높은 지도자입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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