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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
2005-06-14 |
출처 |
정병헌 이지영 편, 《우리 선비들은 사랑과 우정을 어떻게 나누었을까》(사군자, 2005), 73쪽 |
책본문 |
유생(兪生) 아무개가 있었다. 나이는 40세를 넘겼는데 아무런 이름도 이루지 못하고 뜻을 이루지 못해 항상 우울했다.
하루는 그가 외출했다가 높은 벼슬을 한 사람을 만났다. 벽제(僻除) 소리를 내며 자기 쪽으로 오는 것을 보니 시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생은 어쩔 줄을 몰라 몸을 담장 밑에 숨기고 행차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귀인은 젊었을 때의 자기 친구였다. 그가 탄식하며 말했다.
"나와 저는 다 같은 문벌에서 태어났는데 재덕(才德)과 명위(名位)가 왜 이렇게 다르단 말인가. 저 사람은 저렇듯이 영화롭게 되고, 나는 이렇게 궁하게 지낸단 말인가."
그는 분함을 참지 못하고 한참 있더니, 자기 분을 풀면서 이렇게 스스로 위안하였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 아내 사랑하기를 나만큼 하는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제가 아무리 벼슬이 높다고 하겠지만, 제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어찌 나를 이길 수 있겠느냐."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이 허리를 잡고 웃었다.
-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 권 16, 〈언어부〉(言語部)에 실려 있는 이야기 - |
사용처 |
1. 20080608 일 구미안디옥교회 주일예배.
1. 20101027 미즈내일. |
옛날 사람들이, 남자가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면
팔불출이라 해서 웃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비들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말하기를 즐겼으니
겉으로만 그런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유 선생의 말이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데 일등인지,
출세한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데 일등인지
그게 분명치 않아 사람들이 웃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