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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대신 닭

by 마을지기 posted May 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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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5-06-17
출처 김영, 《한국의 우언》(현암사, 2004), 53쪽
책본문 김선생은 우스개 소리를 즐겼다.

그가 한번은 친구의 집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친구는 술상을 내오면서 안주가 채소뿐이라며 먼저 사과부터 했다.

"집은 가난하고 시장마저 멀다네. 맛있는 음식은 전혀 없고 담박한 것뿐이네. 그저 부끄러울 따름일세."

그 때 마침 한 무리의 닭이 마당에서 어지럽게 모이를 쪼고 있었다. 김 선생이 그것을 보며 말했다.

"대장부가 친구를 사귈 때는 천금도 아까워하지 않는 법이지. 내 말을 잡아 안주를 장만하게."

"하나뿐인 말을 잡으면, 무엇을 타고 돌아간단 말인가?"

"저기 마당에 있는 닭을 빌려서 타고 가려네."

김 선생의 대답에 친구는 크게 읏고서 닭을 잡아 대접하며 실컷 놀았다.

《태평한화골계전》
"친구가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논어》) 했는데
말을 타고 먼 곳에서 찾아온 친구.
그러나 그런 친구를 맞이하는 친구는
정말 가난해서 대접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모자라서 그랬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멀리서 온 친구는
"어디 두고 보자" 하지 않고
면전에서 호쾌하게 질타를 했습니다.
책망을 들은 친구도 함께 즐겼으니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입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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