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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by 마을지기 posted Jun 0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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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5-06-30
출처 임의진, 《사랑》(샘터사, 2004), 13-14쪽
책본문 우리 어릴 적 작두질로 물길어 먹을 때
마중물 이라고 있있다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 대면
그 물이 땅 속 깊이 마중 나가 큰물을 데불고 왔다

마중물을 넣고 얼마간 뿜다 보면
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물의 무게가 오졌다

누군가 먼저 슬품의 마중물이 되어준 사람이
우리들 곁에 있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무저갱으로 제 몸을 던져
모두를 구원한 사람이 있다

그가 먼저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기에
그가 먼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꿋꿋이
견뎠기에

─마중물이 된 사람(1995)
펌프질을 할 때 마중물이 없으면
땅속 깊은 물을 길어올릴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이 먼저 마중물이 되어준다면
남의 마음을 풍성히 길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중물은 어설프게 흘려서는 안 되고
한 바가지 왕창 부어 넣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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