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시인이 38살 되던
1968년에 쓴 〈산문시1〉입니다.
딸 아이 데리고 칫솔 사러
퇴근 후에 백화점에 나오는 대통령,
자전거 뒤에 소주 한 병 달고
시인의 집에 놀러 가는 대통령,
지식인들이 광부 노릇하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는 나라,
국무총리가 휴가를 가도 누구 하나
요란 떠는 사람이 없는 나라….
머지 않은 장래에 찾아올
우리나라의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사이트 로그인
보일날 | 2005-07-04 |
---|---|
출처 | 신동엽(최성수 편), 《선생님과 함께 읽는 신동엽》(실천문학, 2004), 78-79쪽 |
책본문 |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됫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데거 러셀 헤밍웨이 장자(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 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갯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트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 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知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 기지도 탱크 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 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 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 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톳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신동엽의 시 〈산문시 1〉 전문) |
사용처 | 1. 20050703 안디옥교회. 2. 20110101 twt. 3. 20110102 일 한울교회 주일예배 설교. 4. 20121206 twt, fb. 5. 20150517 일 한울교회 주일예배 설교. 6. 20191020 일 한울교회 주일예배 설교. |
신동엽 시인이 38살 되던
1968년에 쓴 〈산문시1〉입니다.
딸 아이 데리고 칫솔 사러
퇴근 후에 백화점에 나오는 대통령,
자전거 뒤에 소주 한 병 달고
시인의 집에 놀러 가는 대통령,
지식인들이 광부 노릇하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는 나라,
국무총리가 휴가를 가도 누구 하나
요란 떠는 사람이 없는 나라….
머지 않은 장래에 찾아올
우리나라의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번호 | 보일날 | 제목 | 조회 수 |
---|---|---|---|
1677 | 2006-04-21 | 힘을 빼라! | 3189 |
1676 | 2005-05-23 | 희생자가 비난 받아야 하는가 | 2451 |
1675 | 2006-04-29 | 희망이란 | 3260 |
1674 | 2009-11-03 | 흘려야 할 때 | 3571 |
1673 | 2010-06-18 | 휴일에는 일하지 말 것! | 5192 |
1672 | 2009-03-05 | 훨씬 더 많은 햇빛 | 3397 |
1671 | 2008-10-23 | 훌쩍 떠나버리는 여행 | 2836 |
1670 | 2009-07-02 | 훌륭한 파트너를 찾아라 | 3493 |
1669 | 2007-07-28 | 훌륭한 정보의 원천 | 5034 |
1668 | 2010-11-18 | 훌륭한 영혼 | 4250 |
1667 | 2009-10-06 | 훌륭한 안내자 | 3612 |
1666 | 2004-11-11 | 훌륭한 사람을 떠받들지 마십시오 | 2360 |
1665 | 2008-05-23 | 후회파와 회상파 | 3136 |
1664 | 2008-04-15 | 후원자 | 3061 |
1663 | 2009-09-15 | 회를 먹을 때 | 3472 |
1662 | 2007-11-20 | 황당한 운명은 없다 | 2890 |
1661 | 2003-12-04 | 황당한 목표 | 2254 |
1660 | 2010-04-06 | 활력 넘치는 삶 | 4565 |
1659 | 2003-09-08 | 환희를 느끼는 순간 | 2312 |
1658 | 2004-12-06 | 화장하는 것도 선행이다 | 23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