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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날개라지만

by 마을지기 posted Mar 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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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5-07-11
출처 오쇼 라즈니쉬(류시화 역), 《사랑의 연금술 1》(김영사, 1998), 285쪽
책본문 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다. 위대한 우르두(Urdu, 주로 인도 회교도 사이에서 쓰이는 언어) 시인 그할리브(Ghalib)가 황제의 만찬회에 초대를 받았다. 그 만찬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의 5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초대되었다.

그할리브는 가난한 사람이었다. 시인이 부유해지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 물론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것을 말하지만 - 그는 언제나 검소한 생활을 하며 다 떨어진 옷을 걸치고 다녔다.

그의 친구들은 충고를 했다. "여보게, 그할리브, 옷과 신발, 좋은 우산을 빌리는 게 좋겠네. 자네 외투는 색이 다 바래고 천도 낡았지 않나. 그런 옷이나 신발을 신고 만찬회에 참석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나 그할리브는 이렇게 대답했다. "남에게 빌리면 나는 불안해지네. 그래서 이제까지 아무것도 빌리지 않고 살아왔지. 난 내 발로 서고, 내 방식대로 사는 게 좋아. 평생의 습관을 겨우 만찬회 때문에 바꾼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야."

그래서 그는 평소의 옷차림을 하고 황제의 궁정으로 갔다. 경비병에게 초대장을 보이자 경비병은 그를 바라보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어디서 이것을 훔쳤나? 당장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체포하겠다."

그할리브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초대를 받았소. 황제에게 가서 물어보시오,"

그러자 경비병이 코웃음을 쳤다. "거지들은 모두 자기가 초대받았다고 생각하지. 네가 처음인 줄 알아? 썩 꺼져. 손님들이 도착할 거다. 너 같은 거지가 이곳에 있으면 안 돼."

그리하여 그할리브는 되돌아왔다. 그의 친구들은 이런 사태를 미리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할리브를 위해 외투와 신발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그는 빌린 옷을 입고 다시 황제의 궁전으로 갔다. 경비병이 이번에는 머리를 숙이며 정중하게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그할리브는 널리 알려진 시인이었고. 황제 역시 그의 시를 매우 사랑했기 때문에 그는 황제의 바로 옆 자리에 앉도록 허락을 받았다.

만찬이 시작되자 그는 참으로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황제는 그가 미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할리브는 자신의 외투에게 음식을 먹이려고 애쓰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외투야, 많이 먹으렴. 실제로 궁전에 들어온 건 너지, 내가 아니니까."

황제는 이상하게 여기면서 그에게 물었다. "그할리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요? 머리가 이상해지기라도 했소?"

그할리브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처음에 왔을 때 저는 입장을 거부당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 외투가 왔지요. 전 이 외투와 함께 왔을 뿐입니다. 외투 혼자서는 올 수가 없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았으면 저는 도저히 여기 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할리브가 사는 나라는 그래도
가난한 시인이 인정받을 수 있는 나라였기에
그할리브는 그래도
운이 좋은 시인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나라,
가난한 시인이 자기 시를 인정받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나라,
가난한 학자가 학계에서 인정 받기를
꿈도 꾸자 말아야 하는 나라,
오로지 돈으로만 모든 것이 판가름 나는,
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습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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