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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by 마을지기 posted Jan 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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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5-08-09
출처 박경리, 《Q씨에게》(솔, 1993), 304쪽
책본문 갑자기 정전이 되어 촛불을 켜놓았습니다. 지하상가를 지나치다가 유기점에서 내 손자는 매미 모양의 재떨이를 샀고 나는 초 일곱 개를 꽂는 화려한 촛대를 샀는데 그 촛대에 일곱 개 촛불이 타고 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조용하군요. 정말 조용하네요. 전기로 인하여 집안을 흔들어대던 온갖 소리들이 다 사라지고, 마치 생명이 움트는 것만 같은 정적입니다. 자연이 있는 그대로 내게 다가오는 것만 같아요.
사용처 1. 20141111 노자왈 소자왈 52장.
식구들이 다 모인 어느 저녁을 잡아
두꺼비집(누전차단기) 스위치를 내려놓고
전등도 냉장고도 선풍기도 에어컨도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다 끈 채
다 한 자리에 모인 다음,
가운데에 촛불을 하나(일곱 개도 좋다) 켜 놓고
한 시간만 앉아 있어보면 어떻까요?
굳이 종교적인 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굳이 무엇인가 말하려고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한 군데 시선을 모으고 가족 공동체가
한 시간 가량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한 평생에 몇 번이나 있을까요?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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