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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

by 마을지기 posted Mar 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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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5-08-24
출처 류시화 편,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나무심는사람, 1999), 93쪽
책본문 죽은 자들은 아무 데로도 가지 않는다.
그들은 짙은 그늘 속에 있다.
죽은 자들은 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부스럭거리는 나무 속에 있고
그들은 속삭이는 삼림 속에 있으며
잠자는 물 속에 있다.
그들은 오두막 속에, 군중 속에 있다.
죽은 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

죽은 자들은 아무 데로도 가지 않는다.
그들은 여인의 젖가슴 속에 있다.
그들은 칭얼대는 아이들 속에 있다.
그들은 타오르는 모닥불 속에 있다.
죽은 자들은 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꺼져가는 불꽃 속에 있으며
흐느끼는 풀, 훌쩍이는 돌들 속에 있다.
그들은 집에 있고 숲에 있다.
죽은 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

비라고 디옵(아프리카 세네갈 출신의 시인)
사람이 죽으면 대개 땅에 묻힙니다.
그것이 거름이 되어 식물이 자랍니다.
그 식물을 산짐승이 먹습니다.
산짐승이 또 죽습니다.
그 잔해를 먹고 다른 식물이 자랍니다.
그 식물을 사람이 먹습니다.
그 영양소가 여인의 젖가슴으로 갑니다.
아기가 그 젖을 먹습니다.

이처럼 사람이 죽지만 그 죽은 사람은
연기처럼 흩어져 세상만물에 깃듭니다.
그의 육체가 온 세상으로 퍼지고
그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마음도
온 세상 만물에 스며듭니다.
굳이 천국이나 극락을 말하지 않더라도
세상에 죽음이란 없습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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