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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들 있어라"

by 마을지기 posted Apr 2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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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5-10-10
출처 김성한, 《소설 이퇴계》(도서출판 예음, 1993), 287쪽
책본문 저녁 무렵에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 달째 병석을 떠나지 못하던 이황은 아들과 조카들이 둘러앉은 가운데 부축을 받아 비스듬히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이미 유언도 남겼고 제자들과 마지막 하직도 했다. 그는 한 구석의 매화분(梅花盆)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칠십 평생은 유한 없는 충실한 인생이었다. 이제 이생이 끝나고 영원한 잠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더할 수 없는 평화에 젖어들었다. 그는 자칫 감기려는 눈을 애써 뜨고 방안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잘들 있어라…. 참, 매화에는 물을 줬지?"

이황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사용처 1. 20051009 구미안디옥교회 주일예배.
죽음에 이르러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자세 하나 흩어지지 않고
매화에 물 주는 것까지 챙길 정도로
맑은 정신을 가지고 계셨으니
퇴계 선생의 죽음은
그야말로 유종의 미입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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