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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by 마을지기 posted Mar 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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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5-10-11
출처 이병한 외 편, 《동서양 시의 이해》(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279쪽
책본문 바람 부는 날
바람에 빨래 펄럭이는 날
나는 걸레가 되고 싶다.
우리 나라 오욕과 오염
그 얼마냐고 묻지 않겠다.
오로지 걸레가 되어
단 한 군데라도 닦고 싶다.

걸레가 되어 내 감방 닦던 시절
그 시절 잊어버리지 말자.

몇 번이고
나는 걸레가 되고 싶다.
걸레가 되어
내 더러운 한평생 닦고 싶다.

닦은 뒤 더러운 걸레,
몇 번이라도
몇 번이라도
못 견디도록 헹구고 싶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걸레로 태어나고 싶다.

(고은의 시〈걸레〉 전문)
걸레란
본디 더러운 것이 아니라,
더러운 것을 닦으려고
제몸을 버리는 것입니다.

걸레란
꼭 필요한 물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걸레를
더럽다고 생각합니다.

걸레 구실을 하는 사람은
본디 더러운 사람이 아니지만
더러운 구석을 닦으려고
제 몸을 버리기로 작정한 사람입니다.

걸레 구실을 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하지만
걸레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오히려 그런 사람을 경멸하기까지 합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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