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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과 컴퓨터

by 마을지기 posted Aug 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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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5-10-21
출처 페터 오르토퍼(장혜경 역), 《행복하려면 성공하지 마라》(대원사, 2004), 42쪽
책본문 연필은 수백 년 동안 필기도구라는 원래의 기능을 다해 왔다. 하지만 컴퓨터는 배송되어 오는 기간 동안 이미 구형이 되어 버린다. 최신형 하드웨어, 최신형 소프트웨어, 그 밖의 온갖 업그레이드된 부속품들이 미친 듯한 속도로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니 계속 최신의 수준을 따라가며 온갖 장비들을 사 모으다가는 체육관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다. 평생을 공부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말은 쉽지만 그러다가 언제 돈 벌고 언제 골프 치러 가겠는가. 솔직히 말해 어른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발전해 가는 기술 수준을 따라잡기 힘들다. 결국 애만 쓰다가 '열한 살짜리 조카가 나보다 훨씬 낫다‘는 심오한 깨달음에 절망하고 말 것이다.

컴퓨터는 신분의 상징이 아니다! 잘 나가는 사람들은 어깻죽지 결린다고 투덜거리면서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지 않는다. 손에 들고 다니는 노트북은 상사에게 충성을 맹세한 새내기들의 금배지이다. 보스는 첨단 기기가 필요 없다. 보스는 첨단 기술 주식만 있으면 된다. 잘 나가는 사람들은 가상의 이익보다 현실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으니까.
요즘은 컴퓨터 성능은 높아지고 부품 가격은
예전보다 낮아져서 그런 일이 별로 없지만
한 때 컴퓨터의 사양을 가지고 서로 비교하며
어깨에 힘을 주던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수백 기가바이트짜리 하드디스크를 쓰니
상상하기도 어렵겠지만 예전에는
하드디스크가 20메가바이트냐 40메가바이트냐
하며 따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팬티엄이 처음 나왔던 시절에
연세가 80이 넘은 어떤 어른께,
자판을 익히며 소일이나 하시라고
286 컴퓨터를 설치해드린 일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은 워드프로세서로
1년 동안 수천 페이지 분량을 입력했습니다.
한평생 썼던 소중한 원고들을 디스크에
깔끔하게 입력하여 정리하셨던 것입니다.

컴퓨터는 기종이 좋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처리할 수 있으면
그걸로 더 찾을 것은 없습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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