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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by 마을지기 posted Jan 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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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11-03-30
출처 김주영, 《아라리 난장 ①》(문이당, 2000), 292쪽
책본문 장터란 그런 장소였다. 누가 어떤 물건을 어떻게 팔아넘기든 상관할 것이 없었다. 한 마리의 강아지를 안고 찾아와도 탓하는 사람이 있을 수 없고, 파 몇 뿌리를 자배기에 담아와 골목을 가로막고 앉아 있어도 빈축을 사지 않았다. 장바닥에 퍼질러앉아 메밀묵을 먹어도 실례가 아니며, 하루종일 입에서 육두문자가 흘러나와도 불상놈이란 누명을 쓰지 않아서 편안한 장소가 바로 장터였다. 명예퇴직도 없고 퇴출당할 걱정은 더욱 없었다. 상관 눈치 때문에 가슴 조일 까닭 없고, 출퇴근 따로 두고 허겁지겁 줄달음칠 일도 없었다. 자기가 싫으면 그만두는 것이고, 내키면 또다시 나와 좌판을 떡 벌어지게 차린다 해도 험담하거나 내쫓기는 봉변을 당하지 않았다. 골목 어귀에 마주앉아 혼담을 벌여도 흉허물이 있을 수 없고, 고쟁이에 주머니를 달고 다녀도 볼품없이 여기는 사람이 없었다. […]
사용처 1. 20140930 화 석간내일신문 전대환칼럼.
누구나 들어와서 장사를 할 수 있고,
물건을 사든, 안 사든,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진정한 시장입니다.

요즘 어떤 사람들이 '시장경제'를
절대 진리인 양 외치고 있지만,
약자의 진입을 막는 시장경제는
진정한 시장경제가 아닙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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