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진평왕 때의 여인 천관녀.
(기생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닌지도 모른다.)
김유신은 그를 매우 사랑했다고 한다.
하루도 그를 만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정도.
이 일을 알게 된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부인이 김유신을 엄히 꾸짖었다.
이에 김유신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쳤고,
다시는 그 집을 가지 않겠다고
어머니 앞에서 굳게 맹세하였다.
실제로 그는 거기에 발을 끊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한 채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인데,
말이 그만 옛길을 따라 천관녀의 집으로 직행.
천관녀는 버선발로 뛰어나와 환영.
깜짝 놀라 잠에서 깬 김유신은
말의 목을 치고 제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목을 치려면 자기 목을 쳤어야지,
왜 애꿎은 말의 목을 치는가?
말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잘못은 자기가 저질러놓고
아랫사람을 희생양으로 삼는
오늘날의 정치인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결코 영웅이 될 수 없는 인물 아닌가.
그리고 천관녀에 대한 매너는?
한때 사랑했던 여자라면
이러이러해서 헤어져야 하겠다고
사정이야기를 하여 양해를 구하고
‘합의’하여 헤어졌어야 옳은 일 아닌가.
일언반구 없이 제 마음대로 발길을 끊더니,
이제 와서 여자 앞에서 말의 목을 치는 것이
장부로서 온당한 행동인가.
하기는, 직접 보지도 못한,
전설 같은 이야기를 두고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우습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