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우리를 평화로 이끄시는 주님!

응어리진 회한과 무너진 억장을 바닥 삼아 기도합니다.

소박한 일상을 무너뜨린 무서운 이념의 폭력 앞에

꽃잎처럼 사라진 형제자매들을 기억합니다.

제주에는, 70여 년 전의 참혹한 일로, 아직까지도

아파하는 주님의 자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화해와 치유의 길을 열어주십시오.

사랑의 주님!

우리를 위로해주실 분,

우리를 구원해 주실 분은 주님밖에 없습니다.

고통 받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주님의 사랑을 오늘 우리에게 베풀어 주십시오.

오랜 세월 고통을 짊어진 채 견디어 온

그날의 목격자들에게 힘을 주십시오.

역사의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하여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십시오.

붉디붉은 동백꽃이 화해의 상징이 되게 하시고,

제주의 세찬 바람이 해방의 기운이 되게 하시고,

푸른 바다가 생명의 보금자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시간 너머 영원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