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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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7-08-20 15: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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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태복음서 18:18-20 
설교일 2017-08-20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기념주일 
사용처 1. 20170910 공자제곱.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는 것은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푸는 것은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거듭 너희에게 말한다. 땅에서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합심하여 무슨 일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들에게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여 있는 자리, 거기에 내가 그들 가운데 있다.”

 

― 마태복음서 18:18-20 ―


■ 들어가는 이야기

 

오늘은 우리 교회 창립 기념주일입니다. 지난 27년 동안 많은 분들이 우리 교회를 거쳐 갔습니다. 문득 다들 보고 싶습니다. 그분들도 보고 싶지만, 오늘 이 시점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 여러분들이야말로 우리 교회의 바탕이요, 기둥이요, 서까래요, 지붕임을 새삼 느끼면서 하나님과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가집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남다른 은혜와 복을 내려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생일날의 축복

 

오늘이 우리 교회 생일이니까, 생일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요즘은 아기가 태어나면 일단 신생아실로 들어가지요. 가까운 가족들도 유리창 너머로 아기를 ‘구경’합니다. 이 사람 저 사람 함부로 대면하는 것을 막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서 첫돌이 되면 그제야 손님들을 초청해서 잔치를 하지요. 그때 이른바 ‘돌잡이’를 합니다. 옛날에는 명주실, 엽전, 천자문, 대추, 약탕기 등을 놓고 했습니다만, 요즘은 이런 것들이 현대적인 용품으로 다 바뀌었지요. 엽전은 지폐로, 약탕기는 청진기로, 천자문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습니다. 거기다가 판결망치를 상징하는 뿅망치, 언론인을 상징하는 마이크 등도 등장합니다. 무엇이 됐든 아기의 미래를 축복하는 뜻으로 하는 이벤트입니다. 그리고 축하객들이 아기에게 직접 축복의 말도 합니다. 야, 이놈 대통령 감이다, 장군 감이다, 재벌 감이다, 박사 감이다, 법관 감이다, 등등 덕담이 풍성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런데 누가 손님으로 와서 여러분의 아기에게, “이 아이는 예수님을 닮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한다면 여러분의 기분은 어떨 것 같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싫지요? 우리가 예수님을 존경하고, 예수님을 우리의 구주라고 고백은 하고 살지만, 내 아이가 예수처럼 된다? 그건 썩 내키지 않습니다. 교수가 되고 의사가 되어야지, 예수가 되다니요? 예수님처럼 살려면, 오른쪽 뺨을 맞고도 왼쪽 뺨을 내놓아야 하는데, 내 아이가 남에게 얻어맞고 다니는 것,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언제나 저 말석에 가서 앉아야 하는데, 그거 좋아할 부모가 어디에 있습니까? 나이 들어서는 연금 빵빵하게 받고 오래 살아야 되는데, 정의를 외치다가 젊은 나이에 감방 가고 사형선고 받으면 얼마나 끔찍합니까?

 

■ 넉넉한 마음, 가난한 마음

 

좋습니다. 저도, 저나 여러분의 자녀들에게 그런 삶을 강요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포함하여, 여러분이나 여러분의 자녀들이 어느 위치에 있든지 예수님의 정신, 예수님의 마음을 요만큼이라도 가지고 살면 좋겠다는 것이 그나마 제가 품고 있는 소망입니다. 개인은 그런 정도로 일종의 ‘면피’(免避)를 한다고 치고요, 교회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번쩍번쩍한 헤롯의 왕궁 같은 교회가 아니라 베들레헴의 허름한 외양간 같은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화려한 예루살렘 성전 같은 교회가 아니라 퀴퀴한 냄새나는 마가의 다락방 같은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너희의 기도를 들어주겠다!’라고 하시지 않고,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여 있는 자리, 거기에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서 5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여덟 가지 복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가운데서 첫 번째가 뭐냐 하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복음서 5:3)입니다. 그런데 옛날 어른들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살림은 가난해도 마음은 넉넉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과 예수님의 생각이 달라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결국 같은 말입니다. 옛날 우리가 다 가난하게 살 때는 담이란 게 없었습니다. 마당과 골목길의 경계라고 해봐야 싸리 울타리가 전부였고 사립문이라고 달려 있었지만 아무나 열 수 있었습니다. 마당을 거쳐 뜨락에 올라서도 방문에 잠금장치가 없었습니다. 사람 없을 때는 숟가락 자루 하나 꽂아놓는 게 다였습니다. 그렇게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첫째는 가져갈 것이 없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동네사람들을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진 게 많은 도시의 부자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꼭꼭 문을 닫아놓아야 됩니다. 겹겹이 잠가 놓아야 됩니다.

 

■ 예수 비즈니스

 

예수님께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고 하신 것은 바로 이런 뜻입니다. 아무것도 잃어버릴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문을 활짝 열어두어도 괜찮습니다. 마음도 그렇습니다. 구린 게 없고, 찔릴 게 없고, 숨길 게 없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마음 문이 열려 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마음이 넉넉합니다. 편안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했던 말과 같지요?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은 항상 진리입니다. 그건 그런데, 성경에서 예수님의 말을 안 듣고 ‘뻘짓’을 크게 한 사람, 곧 가장 나쁜 사람은 누구입니까? 예수님을 배신한 가룟유다지요. 이 사람이 무엇 때문에 예수님을 배신했습니까? 은 삼십 냥, 돈 때문이었지요. 예수를 팔아서 돈을 챙겼다, 예수를 가지고 장사를 했다, 예수를 비즈니스의 도구로 삼았다, 그거 아닙니까? 예수님에 대한 기록인 성경을 팔아서 수많은 사람이 먹고 삽니다. 대한성서공회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성경 발행 회사에는 불황이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예수님의 모습을 본뜬 각종 예술품들, 예수님께 예배하는 유명한 교회당들은 당대의 예술가들을 먹여 살렸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관광자원이 되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 박완서, ≪빈방≫(도서출판 열림원, 2016), 전자책 92/631쪽 참조. 물론 돈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을 섬기고 예수님을 본받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극소수입니다. 비즈니스만 번창하고 예수는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어디에선가 오늘날의 기독교를 보시고 계시다면 무엇이라고 말씀하실지 궁금합니다. 부끄럽습니다.

 

■ 맺는 이야기

 

마태복음서 18:18-20의 말씀을 다시 읽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는 것은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푸는 것은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거듭 너희에게 말한다. 땅에서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합심하여 무슨 일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들에게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여 있는 자리, 거기에 내가 그들 가운데 있다.” 만일 예수님께서 ‘100명 이상 모인 자리’라고 말씀하셨더라면 우리 교회는 교회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 또는 ‘두세 사람’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우리 교회는 매우 훌륭한 교회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모두 예수님의 이름으로,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되어야겠지요. 저와 여러분이, 예수님께서 기뻐하시는 ‘두세 사람’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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