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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려가야 합니다!

by 마을지기 posted Feb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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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가복음서 9:2-4
설교일 2018-02-11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성서 본문

 

그리고 엿새 뒤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데리고, 따로 높은 산으로 가셨다. 그런데, 그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모습이 변하였다. 그 옷은 세상의 어떤 빨래꾼이라도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 그리고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에게 나타나더니, 예수와 말을 주고받았다.

 

마가복음서 9:2-4

 

들어가는 이야기

 

설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혹독한 겨울이 가고 새봄의 기운이 움틀 즈음에 새해를 시작했습니다. 설에서 정월 보름까지 잔치 분위기를 이어가다가 보름이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농사준비에 들어갔지요. 이렇듯 설은 생동의 기운이 꿈틀대는 절기입니다. 명절을 앞두고 주님의 집을 찾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오늘도 예배와 친교를 통하여 큰 희망과 기쁨을 갈무리하는 복된 여러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잠자는 동안의 축복

 

어제 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밤새 뒤척이느라 잠을 설친 분이 없었다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아기들의 근황을 물으면 엄마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놉니다!” 이렇게 대답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상태입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먹어야 되고, 잘 자야 되고, 잘 싸야 되고, 잘 활동해야 됩니다. 그 이상 만족스러운 상태가 없습니다. 그 가운데서 오늘은 잠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시편 127:2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먼저 개역성경으로 읽어봅니다.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공동번역 성경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야훼께서는 사랑하시는 자에게 잘 때에도 배불리신다.” 우리가 보는 새번역 성경은 이렇습니다.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사람에게는 그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복을 주신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뜻은 다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사람은 잠을 잘 잔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돼야 잠을 잘 잡니까? 걱정거리가 없어야 잘 잡니다. 왜 걱정거리가 없습니까? 하나님께서 사랑해주시고, 하나님께서 지켜주시고, 하나님께서 만사를 형통하게 해주시기 때문이지요. 자고 있어도 복이 굴러들어오니까 그냥 잠만 자면 됩니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것을 꿀잠이라고 하지요. 옛날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잠을 자고 있을 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아리스토텔레스(조대웅 역), 니코마코스 윤리학(개정판)(돋을새김, 2015), 전자책 59/712.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모습은 잠자고 있는 아기의 얼굴입니다. 아기만큼은 못 되지만 잠자고 있는 어른의 얼굴도 그리 못나지는 않았습니다. 더러 보기 싫기도 하지만, 그래도 깨어 있을 때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못된 짓, 못된 말은 깨어 있을 때 하니까요.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는 행복한 사람과 비참한 사람의 차이도, 깨어 있을 때보다는 훨씬 적습니다. 잠이라고 하는 것은 인생의 완충지대입니다.

 

산으로 가는 사람들

 

일본의 영웅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는 여러 아내가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여자가 오아이인데, 어느 날 오아이가 앓아누웠습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부탁을 하나 하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이에야스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남남이 아니잖소, 오아이. 그대는 분명 청이 있다고 말했잖아.” “대감!” “, 말해보오. 들어줄 테니.” “이대로 아무것도 묻지 말아주세요. 오아이는 하마터면 오늘날까지 지켜온 마음의 계율을 깨뜨릴 뻔했습니다.” “, 마음의 계율?” “, 저 벚꽃처럼, 아니지요, 벚꽃뿐이 아닙니다. 온갖 나무와 꽃들처럼.”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군.” “나무나 풀꽃들은 마음이 아무리 쓰라리고, 간절히 원하는 게 있어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야 그렇지만.” “그리고 봄이 오면 모자라는 것은 모자라는 대로 힘을 다하여 꽃을 피웁니다.” “, 그대는 그것을 본 따 여태까지 살아왔다는 말이오?” 오아이의 말에 이에야스는 저도 모르게 벚꽃을 다시 쳐다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과연 식물에는 굶주려도 목말라도 의사표시의 자유가 없습니다. 돌아보는 자가 있건 없건 호젓이 피어 열매를 맺고 그러다 목마르면 말없이 시들어갑니다. ‘이 여자는 그런 삶을 계율로 삼아왔더란 말인가!’ 이에야스는 이때처럼 오아이가 애처롭고 가련해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야마오카 소하치(박재희 등 역), 대망 6 도쿠가와 이에야스(동서문화사, 2012), 전자책 841/1686. 식물 같은 마음으로 살아온 여자!’ 그래서 이 여자는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여성들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식물에는 선과 악이 없습니다. (사실 그렇지는 않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잠자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수도승들은 산으로 들어갑니다. 세속을 떠나서 식물처럼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합니다. 산이 없는 곳에서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떠납니다. 엘리야도 그랬고, 세례요한도 그랬고, 예수님도 그랬습니다. 오랫동안 광야에서 생활했습니다.

 

내려가야 하는 이유

 

신선 같이 산다, 그런 말을 하지요.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식물처럼 살면 고상해보입니다. 언젠가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인격이 고매하신 분인데, 산에까지 올라가셔서, 그야말로 식물 같은 상태로 계시니까 얼마나 더 신비스러웠겠습니까? 예수님의 옷을 보니 세상의 어떤 빨래꾼도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습니다. 얼굴에도 광채가 났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환상까지 보았습니다. 베드로가 황홀해져서 말했습니다(마가복음서 9:5). 랍비님,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가 초막 셋을 지어서, 하나에는 랍비님을, 하나에는 모세를, 하나에는 엘리야를 모시겠습니다.” 내려가지 말고 여기서 천년만년 살자는 것이지요.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을 데리고 세상으로 내려오셨습니다. 왜냐하면 할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마태복음서 28:19:20).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서,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세상을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라는 지상명령이지요. 식물 같이, 죽은 듯이 살면 욕 들을 일은 없지만, 그게 인생의 다가 아닙니다. 잠잘 때는 잠을 자야 되고, 활동할 때는 활동을 해야 사람입니다. 산에도 가야 되지만 내려올 때는 내려와야 됩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단지 목숨을 부지하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신체 감관을 총동원해서 자아를 느끼고, 가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때 비로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루소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장 오래 산 사람은 가장 나이 들어 죽은 사람이 아니라 인생을 잘 느끼다 죽은 사람이다.” 장 자크 루소(이환 역/이환 편), 에밀(돋을새김, 2015), 전자책 26/702.

 

맺는 이야기

 

부처님도 훌륭한 분이지만 이 양반은 수행 전문가입니다. 공자님도 뛰어난 분이지만 이 양반은 현실정치 전문가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도 하나이고 사람과도 하나인, 좀 별난 분입니다. 산에도 가셨지만 내려올 때는 내려오셨던 분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예수님께 헌신함으로써, 삶의 참 의미를 제대로 누리는 복된 제자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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