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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주(藥酒), 독주(毒酒), 성주(聖酒)

by 마을지기 posted May 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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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사도행전 2:12-13
설교일 2018-05-20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오순절

성서 본문

 

사람들은 모두 놀라 어쩔 줄 몰라서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오?” 하면서 서로 말하였다. 그런데 더러는 조롱하면서 그들이 새 술에 취하였다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도행전 2:12-13

 

들어가는 이야기

 

오늘은 성령강림주일입니다. 희망 가득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집을 찾아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2천 년 전 예루살렘에 강림하신 성령님께서 오늘도 여러분의 몸과 마음과 영혼에 충만히 임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날이 그렇게 무덥더니 어제부터 좀 썰렁하지요. 달력을 보니까 내일이 소만(小滿)입니다. 우리 속담에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고 했습니다. 여름이 시작된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아니더라, 그거지요. 씀바귀 잎을 뜯어서 나물을 해먹는 계절입니다. 보리이삭이 누렇게 익어가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생기가 충만해지는 절기입니다.

 

약주(藥酒)

 

한 달쯤 지나면 단오절이 오는데, 우리 조상들은 그즈음에 창포(菖蒲, 꽃창포와는 다름) 물에 머리를 감았습니다. 창포라는 게 흔한 식물이지만 용도가 다양했습니다. 물을 우려내서 머리를 감았을 뿐만 아니라, 뿌리로는 비녀를 만들어 썼습니다. 이걸로 술도 담았습니다. 창포로 만든 술을 마시면, 몸이 가벼워지고, 귀와 눈이 밝아지고, 정신이 맑아지고, 건망증도 없어지고, 늙음을 막아준다고 했습니다. 조선시대 인조 17(1640), 인조가 마흔여섯 되던 해 5월 단옷날, 신하들이, 임금님 오래 사시라고, 창포로 술을 만들어 진상했습니다. 그러나 임금은 가뭄이 심한데 어찌 이런 사치스러운 술을 받을 수 있겠느냐, 하면서 거절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상권, 들꽃의 살아가는 힘을 믿는다(웅진닷컴, 2004), 41. 창포는 보잘 것 없었지만 창포 술은 귀했던 모양입니다. 술이란 게 몸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술을 높여 부를 때 약주’(藥酒)라고 하잖아요. 약이 되는 술이라는 뜻입니다. 원래 술은 제사 지낼 때만 썼던 물건입니다. 썩은 사람에게는 썩은 물을 대접해야 된다는 뜻이었지요. 남은 건 제관(祭官)들이 홀짝거리며 마셨습니다. 권력자들이 가만 보니까, 저것들이 뭔가를 마시는데 마시고는 헤롱헤롱 기분이 좋더라는 거지요. 그래서 왕들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먼 훗날에야 일반 시민들도 마셨습니다. 어쨌든 술이라는 게 처음에는 대단히 귀하고 좋은 식품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대단히 술을 좋아합니다. 통계를 보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주는 나흘에 한 병, 맥주는 하루건너 한 병씩 마신답니다. 물론 성인들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명심보감이란 책에, ‘술 먹을 때는 형제가 천 명이나 되지만, 위급하고 어려울 때에는 도와줄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했습니다.

 

독주(毒酒)

 

그런데 이 술을 잘 못 마시면 독주(毒酒)가 됩니다. 점잖은 사람도 술 때문에 망신당하는 일이 많지요. 옛날에 유영이란 선비가 술을 엄청 좋아했습니다. 이 사람은 술을 실컷 먹고 집에서 벌거벗은 알몸으로 있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보고 나무라면 유영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천지를 집으로 삼고 이 방을 옷으로 삼는데, 여러분은 무슨 일로 나의 옷 속에 들어오셨소?” 허균(김원우 편), 숨어사는 즐거움(솔출판사, 2010), 174. 오죽하면 술 먹으면 개가 된다는 말도 있겠습니까? 요즘에는 그런 말도 합디다. “남자는 술을 먹으면 개가 되지만 개는 술을 먹어도 사람이 되지 않는다.” 술버릇도 가지가지지요. 장소를 불문하고 아무데나 게우는 사람, 듣는 사람 무시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 술만 먹으면 의자에서건 어디에서건 코를 고는 사람, 공연히 옆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 뭐가 좋은지 해죽해죽 웃는 사람, 남들은 듣지도 않는데 열을 토하며 끊임없이 말을 하는 사람, 마실수록 일편단심 술만 더 마셔대는 사람, 술잔을 던지고 술판을 깨는 사람, 치마만 둘렀다 하면 질질거리며 여자를 밝히는 사람, 뭐가 슬픈지 눈물을 흘리는 사람 등등, 각양각색입니다. 나상만, 혼자뜨는 달 1(도서출판 다나, 1992), 166. 고상하게 술을 음미하면서 마주 앉은 사람과 인간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게 어려운 모양입니다. 사람이 술을 잘 못 먹으면 패가망신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하신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물로 술 만드신 일입니다. 돌아기시기 전 날 밤 마지막으로 하신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제자들과 이별주를 나누신 일이지요. 술이란 게 이렇게 고귀한 물건인데, 술이 사람을 잘 못 만나서 오늘날까지 고생입니다.

 

성주(聖酒)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눈앞에서 사라지신 뒤 며칠이나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오순절을 맞이해서 제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서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러더니 꼭 혓바닥 같은 불길이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성경은, 그 순간에 제자들은 성령을 받았다고 표현합니다. 그때부터 제자들이 말을 하는데, 그게 다 외국어였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대개 무식한 사람들 아닙니까? 그 사람들이 어디 가서 학원에 다닌 것도 아닌데, 그런 일이 일어난 겁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겁니다. 마침 해외동포 이삼 세들이 예루살렘에 많이 와 있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나 신기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말하고 있는 이 사람들은 모두 갈릴리 사람이 아니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저마다 태어난 지방의 말로 듣고 있으니, 어찌 된 일이오?” 그 가운데 일부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저 사람들 낮술 취했나?” 성경에는 새 술이라고 했지만 우리말로 번역하면 낮술’(해장술) 정도 될 겁니다. 낮술 취하면 애비도 못 알아본다고 했지요. 그만큼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희한한 상태를 말합니다.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거의 까막눈에 가깝던 사람들이 외국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그 사람들의 손끝이 가는 데마다 기적이 일어납니다. 대단한 사건이었습니다. 술 먹으면 없던 힘도 생깁니다. 용기도 펄펄 솟아나지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러니까 이상한 행동들이 나오는 것이지요. 사람이 만든 술을 마시면 좋은 점도 있지만 폐단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죽하면,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고, 나중에는 술이 술을 먹고, 끝에는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소리까지 있겠습니까? 그러나 성령의 술은 부작용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효능은 어마어마합니다.

 

맺는 이야기

 

성령의 술에 취하면 몸도 새롭게 살아납니다. 마음도 넓어집니다. 영혼도 깨끗해집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이 풍요로워질 뿐만 아니라, 훗날 세상에서 수명을 다 할 때 죽음조차도 편안하게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습니다. 성령의 술이 이렇게 좋습니다. 성령의 술에 취해서 사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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