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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by 마을지기 posted Jul 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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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태복음서 5:9
설교일 2018-07-01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감사절

성서 본문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

 

마태복음서 5:9

 

들어가는 이야기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습니다. 사람들의 불쾌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습니다. 태풍까지 올라오고 있지요. 모두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집을 찾아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맥추감사절의 풍성한 은혜가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 풍성하게 내리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지금부터 68년 전 딱 이맘때 이 강토에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의 비극이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지는 않았습니다만, 어릴 때 전쟁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2002년 월드컵 이야기를 하지요. 불과 16년 전 아닙니까? 그러나 이 자리에는 그때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는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만 그 상황을 직접 겪었던 사람들은 지금도 그해 6월의 감동이 빛바램 없이 생생할 것입니다.

 

전쟁이 나던 날

 

지금 말씀드리는 내용은 제 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19506, 아버지는 서울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리시버 라디오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료를 구해다가 624일 토요일에 조립을 완료했습니다. 방송 소리가 얼마나 신기했던지 잠자리에 들어서도 리시버를 귀에 꽂고 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네 시, 귀가 시끄러워서 잠이 깼습니다. 생전 처음 듣는 괴뢰군’(傀儡軍)이란 말이 라디오에서 들렸습니다. 괴뢰군이 남침을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삼팔선 전역에서 밀고 내려와서, 동두천을 무사통과하여 의정부를 향해 진군중이라고 했습니다. 방에서 뛰어나와 기숙사 전체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쳤습니다. 모두 일어나라고, 전쟁이 터졌다고. 300여 명 학생들이 벌떼같이 교정에 운집했습니다. 그때부터 방송 소리, 비행기 소리, 전차 소리, 자동차 소리, 사람 소리. 서울 시내는 북새통이었습니다. 그날이 주일이라, 아현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아군이 곧 진격하겠거니 생각하고, 26일 월요일에는 헤어진 성경책을 수선했습니다. 그러나 전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27() 임시 휴교령이 내렸습니다. 기관총을 난사하는 소리에 귀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서울 시민들은 혼비백산이었습니다. 잠시 서울을 떠나자 생각하고 성경과 찬송 책만 손에 쥐고, 동기생 세 명과 함께 서울역으로 갔습니다. 거기도 난장판이었습니다. 마치 벌집 쑤신 것과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기차를 탈 엄두도 못 내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승강장으로 나가 보니 부산행 열차가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무조건 탔습니다. 차가 금방 떠났습니다. 김천까지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일찍 나서서 대구에 도착했습니다. 28() 아침방송을 들어보니 그 열차가 떠난 후 아군이 한강교를 폭파했다고 했습니다. 이승만이 서울을 포기한 것입니다. 전호영(전대환 편), 영욕 80(이야기마을, 2018), 57-58.

 

전쟁은 게임이 아니다!

 

그 당시에 서울에 갇혀 있었던 사람들의 공포가 얼마나 심했을지, 짐 보따리를 이고 지고 들고 아이들을 이끌고 피난을 다녔던 사람들의 고초가 얼마나 컸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전쟁을 치르는 3년 내내 그랬겠습니다만, 인민군이 왜관까지 밀고 내려와서 공방을 벌였던 첫 한 달 동안은 특히 더 무간지옥(無間地獄)이었습니다. 전쟁이 터지고 일주일 쯤 되는 이맘때가 가장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큰 전쟁을 겪었는데도, 아직까지 전쟁을 무슨 게임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며칠 전 트위터에서 충격적인 글을 보았습니다. “북한을 비핵화 하는 데는 무자비한 폭격 말고는 방법이 없다. 비용도 가장 저렴하다. 확실하고 간단하다. 30분이면 통일도 가능하다.” 이게 기본 지능을 갖춘 사람이 쓴 글이 맞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을 폭격하면 그 사람들은 그냥 손 놓고 가만히 있습니까?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장사정포만 쓰더라도 파주, 고양, 김포, 인천. 서울, 인천공항, 과천, 안양, 시흥까지 사거리에 포함됩니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의 국회 보고 자료를 보면, 개전 초기 한 시간을 기준으로 170mm 자주포는 3618, 240mm 방사포는 12,068발을 발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서울 면적의 30%가 한 시간 안에 폭탄세례를 받게 되고, 시민 325만 명이 사망 혹은 부상을 당한다는 겁니다. 여기에다가 몇 년 전에 배치된 300mm 방사포의 최대사거리는 충청권까지 미칩니다. 핵탄두가 탑재된 미사일을 쏘지 않아도 이 정도입니다. 그런데 전쟁을 하자고요? 정말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전쟁하자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옛날 중국 춘추시대의 한 시인이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 전쟁하는 것을 아무 때나 좋아하지 마라. 제 명대로 다 살고 늙어서 죽은 영웅이 얼마나 되겠는가. [] 사람들이여, 장수가 되기를 애쓰지 마라. 장수가 한 번 공을 세우려면 일 만의 사람이 죽어야 한다.” 이수광, 열국지 4(삼성당, 2008), 전자책 149/561.

 

이순신의 스트레스

 

그런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생활에도 전쟁 언어가 속속들이 퍼져 있습니다. 지난달에 지방선거가 있었지요. 언론들은 민주당이 압승하고 자유당이 참패했다고 합니다. 아니, 선거가 전쟁입니까? 그걸 왜 승리라고, ‘패배라고 하나요? 그냥 당선된 것이고, ‘낙선한 것입니다. 스포츠도 그래요. 야구에 병살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타구 하나에 선수 두 명을 아웃시키는 것이지요. 영어로는 그냥 더블아웃입니다. 그걸 왜 꼭 죽인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교회에서도 무슨 기도 돌격대, ‘총동원주일이니 하는 군사용어를 많이 씁니다. 인사할 때도, “승리하십시오!”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싸워서 이기라고 하지 않았어요. 평화를 이루라고 했습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복이 있고,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고 하셨어요. 저는 문자나 메일에서 늘 이렇게 인사합니다. “샬롬!” 우리 평화롭게 지냅시다, 평안하십시오,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런 뜻이지요. 우리나라를 구한 인물들 가운데서 저는 이순신 장군을 특별히 좋아합니다. 이분은 얼마나 전쟁을 잘했는지, 조선시대 자료들을 보면 이순신을 가리켜서 전쟁의 신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이순신 장군도, 본인이 직접 쓴 난중일기를 읽어보니까 스트레스가 대단했습디다. 병신년(1596) 322. 맑음. 아침에 종 금이를 시켜서 머리를 빗기게 했다. [] 이날 저녁에 수시로 땀이 났다. 325. 다락에 기대어 저녁나절을 보냈는데 심회가 언짢았다. 머리를 꽤 오랫동안 빗었다. 낮에는 땀이 옷에만 배더니 밤에는 옷 두 겹이 젖고 다시 방바닥까지 흘렀다.” 이순신, 난중일기(돋을새김, 2015), 전자책 455/802. 이 양반은 컨디션이 안 좋으면 머리를 빗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땀이 많이 났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합니다. 스트레스 때문이겠지요. ‘전쟁이 신이라는 소리를 듣는 분에게도 전쟁은 천근만근의 압박인 거예요.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전쟁하자는 소리가 나옵니까?

 

맺는 이야기

 

맥추감사절을 맞이해서 여러분은 무엇을 감사하십니까? 저는 개인적인 일, 교회 일도 감사하지만, 가장 큰 감사는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전쟁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 모릅니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가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되기를, 그리하여 참된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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