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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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9-02-17 15: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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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누가복음서 9:57-58 
설교일 2019-02-17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성서 본문

 

그들이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예수께 말하였다. “나는 선생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누가복음서 9:57-58

 

들어가는 이야기

 

이번 주 화요일(19)이 정월 대보름입니다. 또한 우수(雨水)이기도 합니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깨어나고, 움츠려 있던 농사꾼들도 슬슬 일을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길에도 사람들의 나들이가 부쩍 많아진 것 같습니다. 봄도 좋지만 봄이 오는 길목이 더 좋은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새봄을 둥무 삼아 주님의 집을 찾으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큰 복을, 믿음의 분량대로 가득가득 채워 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면접 온 사람들

 

성경에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기적을 베푸시거나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면 지지도가 올라갑니다.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너도나도 제자가 되겠다고 나섭니다. 한번은 예수님께서 한 아이에게서 귀신을 내쫓으셨습니다(누가복음서 9:37-43). 이번에도 예수님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첫 번째 사람이 말했습니다. “선생님, 정말 최고입니다. 저는 이제 선생님의 팬이 되기로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나 빈털터리야!” “나 따라다녀도 떡고물 같은 거 안 떨어져!” 그런 뜻이지요. 뭐 얻어먹으려고,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예수님을 따르는 것? 이건 불합격입니다.

 

다음 사람이 면접장에 들어왔습니다. “선생님, 훌륭하십니다. 그런데 저한테 사정이 좀 있어요. 제 아버지 장례식 때문에 지금 좀 복잡해요. 높은 사람들 오면 의전(儀典)도 챙겨야 하고, 누가 보더라도 근사하게 예식을 치러야 하거든요. 번호표나 하나 주세요.” 이 사람도 불합격이었습니다. 아버지 장례, 중요하지요. 그러나 이 응시자는 내용보다 형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공자께서도 그렇게 가르치셨습니다(논어 19-14). ()을 당했을 때 슬픈 마음을 끝까지 유지한다면 나머지 사소한 일에는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아도 된다.”

 

다음 사람이 왔습니다. “선생님, 저도 꼭 제자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발이 좀 넓어서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예수님 당에 입당하면 다른 당 사람들이 우리 가게에 물건 사러 안 올지도 몰라요. 그것 좀 어떻게 정리하고 시작할게요.” 역시 불합격이었습니다. 인간관계 때문에, 사람 눈치 본다고 하나님 나라의 일을 뒤로 미룬다? 안 될 일이지요. 이런 사람이 중요한 자리에 앉으면 원칙이나 정의보다도 인정이나 개인적인 이익에 끌려서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세를 마다한 사람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일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첫째, 돈벌이 수단으로 예수 믿는 것? 안 됩니다. 둘째, 내용은 뒷전으로 미루고 형식만 중요시하는 사람? 안 됩니다. 셋째, 사람 눈치 살피느라고 원칙과 정의를 슬그머니 덮어버린다? 이것도 안 됩니다. 자본주의 사상이 아니라 십자가의 정신으로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형식보다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됩니다. 또 의전(儀典)으로 따지자면 예수님은 국왕이나 대제사장 정도나 만나야 될 정도의 레벨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을 주로 만나셨습니다. 그리고 공의를 위해서라면 개인적인 부탁은 눈물을 머금고 거절할 수 있어야 됩니다.

 

지난 주일에 월남 이상재 선생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하나 더 하겠습니다. 1887년 이상재 선생이 서른일곱 살 때, 박정양이 주미 공사관으로 임명돼서 이상재를 데리고 미국에 갔습니다. 조선이 미국에 공사를 파견한다니까 청나라에서 발끈했습니다. 자기들에게 허락도 안 받고 그랬다는 것이지요. 이래저래 일이 꼬였습니다. 박정양은 병이 났다는 핑계로 미국을 떠나버렸습니다. 근무지 이탈, 큰 죄지요. 한편 이상재는 조선으로 돌아와서 복직이 되었습니다. 사실 문제는 박정양 공사의 잘못이 아니라 중국의 방해 때문에 생긴 것이기 때문에 이상재는 박정양 구명운동을 했습니다. 고종도 나중에야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고, 박정양을 감옥에 보내는 대신 파직하는 것으로 정리를 했습니다. 고종은 박 공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그 대신 이상재를 승진시켜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상재는 이를 사양했습니다. “성은은 감읍하오나, 함께 외국 사신으로 갔다가 상관은 죄를 받게 되고 부하는 영전이 된다는 것은 부하로서의 의가 아니오니 그 성지를 거두어 주옵소서.” 고종은 이런 이상재를 더욱 가상히 여겨서, “그러면 아들이 몇이냐? 큰아들이라도 과거를 보임이 어떨까?” “, 황송하오나 신의 자식들은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 촌부라, 과거 볼 자격이 없는 자들이옵니다.” 그것마저 피했습니다. 전택부, 이상재 평전(범우사, 2015), 전자책 69/529.

 

새답게 사는 새

 

공의를 위해서, 나라의 정의를 위해서 이상재는 자신의 승진뿐만 아니라 자식들의 출세 길까지 마다했습니다. 정말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꼿꼿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러셨지요.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고구려가 망하고 발해를 세운 사람이 대조영이지요. 대조영의 아버지가 대중상입니다. 대조영을 발해의 시조라고 부르기는 합니다만 실제로 기반을 닦은 사람은 아버지 대중상입니다. 발해 이야기를 그린 소설에 보면, 군사(軍師) 노릇을 하던 신재용이 대중상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대중상이, 그동안 나라 세운다고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다고 탄식할 때 이야기입니다. “산에 사는 산새는 반나절을 휘젓고 다녀 겨우 벌레 한 마리 잡아먹고 밤을 지새우며, 다른 짐승에게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깊이 잠들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새장 속에 가둬두고 비바람 막고 먹이를 풍족하게 준다 한들 새답게 사는 것이겠습니까? 고구려 백성도 그와 같습니다. 고구려 유민들이 사람답게 살자 하는 것이니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마십시오. 가슴에 울화가 쌓이면 육신을 갉아먹는다 했습니다.” 김홍신, 김홍신의 대발해 2 - 다시 뜨는 고구려 혼불(아리샘, 2007), 471.

 

편안하고 무난한 삶을 추구하지 않고, 원칙과 대의를 따라서 산다는 것은 정말 피곤한 일입니다. 새장에 갇혀서 주는 먹이나 받아먹고 살면 고생이야 안 하겠지만, 대중상은 그런 삶을 거부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요구하시는 것도 비슷합니다. 어린아이의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는 하나님께서 이런 것을 요구하지 않지만, 성숙한 신앙인이라면 조금 더 골 아픈 단계로 접어들어야 됩니다. 그것을 견디어내야 하나님의 자녀가 됩니다. 그때 진정한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맺는 이야기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는 것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주문사항입니다. 초보 단계의 신앙인이 구하는 것들입니다. 성숙한 신앙인은 그것보다는 대의(大義), 곧 하나님 나라의 의를 구해야 됩니다. 그것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그래야 큰 사람입니다. 예수님 앞에서 면접에 꼭 합격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1101 품격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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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하나님의 공동체
1095 2022.11.6(일) 전대 목사 설교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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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 한 몸이기에
1091 가을 밤 외로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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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6 하나에 대하여
1085 부자에 대하여
1084 빌립, 사마리아에 가다
1083 따로, 외딴곳에서, 조금
1082 행복해지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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