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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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야고보서 3:1 
설교일 2020-01-12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사용처 1. 20200707 사람 사는 이야기 9 

성서 본문

 

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선생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이 아는 대로, 가르치는 사람인 우리가 더 큰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야고보서 3:1

 

들어가는 이야기

 

겨울이 겨울 같지 않아서 조금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 것입니다. 믿음 안에서 늘 주님과 동행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도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들인 형제자매들을 만나기 위해서 한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습니다만, 앞으로도 우리 교회와 여러분 모두의 가정이 그 어떤 공동체보다도 따뜻하고 아름답고 편안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죽음을 앞둔 엄마

 

어떤 할머니가 넘어지면서 골반 뼈와 대퇴골이 골절됐습니다. 어르신들이 목욕탕에서 넘어지는 일이 많지요. 더구나 이분은 연세가 아흔이 넘었으니,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누워서 지내셨을 것 아니에요. 평소 상당히 쾌활하던 양반이었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이제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겠니? 갈 때가 된 것 같구나.” 옆에서 지켜보던 딸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친구인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서 물어봤습니다. “어머니가 지금 우울증인 것 같은데 약을 드시는 게 좋겠지?” 의사가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구순이 넘은 엄마가 병상에서 꺼내는 죽음 이야기가 왜 병이야? 그 상황에서 삶의 의지를 불태우며 치료에만 집중하신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 아니야?”

 

나이 7~80만 돼도 늙으면 죽어야지!” 하는 게 입버릇인데, 구순도 넘은 어른이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의사 친구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 그러지 말고 엄마한테 이렇게 말을 걸어봐. ‘엄마, 돌아가실 때가 된 것 같아?’ ‘엄마는 죽는 게 무서워?’ ‘엄마, 요즘 누구 생각이 가장 많이 나?’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 엄마도 너도 유익한 시간이 될 거야.” “그러다가 엄마가 마음이 너무 약해지면 어떡하지?” “괜한 걱정이야. 하라는 대로 해봐.” 엄마와 딸이 손을 꼭 잡고 죽음의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동안 살았던 세월을 되짚어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나 한스러웠던 일을 이야기합니다. 이게 약보다 낫다는 거예요. 낯선 정신과 의사를 만나서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 혼몽한 상태로 생의 마지막을 보낸다면 그게 더 억울하고 한스럽지 않겠는가, 그걸 왜 우울증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의사에게 외주를 주나, 그겁니다. 정혜신, 당신이 옳다(해냄출판사, 2018), 전자책 140/505.

 

충ㆍ조ㆍ평ㆍ판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은 모습을 보면 자꾸 약으로 해결하려고 듭니다. 그게 손쉬우니까요. 현대인들은 머리 쓰는 것, 몸 쓰는 것, 시간 쓰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물론 약으로 해결해야 할 정신질환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 정신의학은 이렇게 가르칩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은 알고 보면 화학적 불균형으로 인한 정신 장애이다. 이건 약을 먹어서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들어서 우울증진단과 처방이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아니,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 어째서 우울증입니까?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사람의 불안과 공포가 왜 우울증입니까? 은퇴 후에 오는 무력감과 짜증, 피해의식 같은 것이 어떻게 우울증입니까?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아이의 우울과 불안이 어째서 병입니까? 이런 것은 우리 삶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일상적인 숙제에요. 서로 도우면서 넘어서야 하는 우리 삶의 고비들입니다. 정혜신, 당신이 옳다(해냄출판사, 2018), 전자책 142/505.

 

나를 진정으로 알아주는 사람, 이해해주는 사람,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한둘만 있어도 너끈히 극복해낼 수 있는, 삶의 일부분입니다. , 좋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진정한 친구가 필요한데, 그게 배우자가 될 수도 있고, 동기간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부모 또는 자식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치유자입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정혜신 박사 이야기를 다시 합니다만, 정혜신 선생은, 치유자가 꼭 알아야 할 한 가지를 지적합니다. 그게 뭐냐 하면 충ㆍ조ㆍ평ㆍ판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든지 충고하려고 하지 말고, 조언을 하려고 하지 말고, 누구를 평가하지도 말고, 판단하지도 말라는 겁니다. 아까 구순 노모 이야기로 다시 가 봅시다. 딸이 엄마에게 위안이 되는 말을 해준답시고 엄마, 죽음은 무서운 것이 아니야!”라고 한다면 그것은 조언입니다. “그러니까 용기를 가져!”라고 한다면 그것은 충고입니다. “엄마는 마음이 약해져 있어, 마음을 다잡아야 해!” 이것은 평가와 판단입니다. 이런 말은 우울한 사람에게, 절박한 사람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자꾸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못된 버릇입니다.

 

공감의 위력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든 다가가서 그 사람과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주일에도 말씀드렸듯이 공감이 필요합니다. 공감의 파워는 엄청납니다. 쓰러진 소에게 낙지를 주면 벌떡 일어난다고 하지요. 공감이란 그런 위력을 가졌습니다. 경각에 달린 목숨을 살리기도 합니다. 공감은 치유의 알파와 오메가입니다. 정혜신, 당신이 옳다(해냄출판사, 2018), 전자책 180/505. 벼랑 끝에 선 사람에게 우리는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겠습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해줄 말이 별로 필요치 않다!’입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나의 말이 아니라 그의 말입니다.

 

내가 뭘 말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그 사람에게 물어봐야 됩니다. 우리가 상대방의 아픔을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래서 물어보아야 합니다. “지금 많이 아파요?” “도대체 얼마나 고통이 심한 거예요?” 그 사람이 대답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대답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기 존재에 주목하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앞에 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나를 이해하고 알아주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을 아는 순간, 그 사람은 지옥에서 빠져나올 힘을 얻습니다. 정혜신, 당신이 옳다(해냄출판사, 2018), 전자책 170/505. 그래서 의사가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엄마 힘내!”보다는 엄마, 많이 아프지?” 해야 합니다. “엄마, 죽음은 무서운 게 아니야, 두려워하지 마!”가 아니라 엄마, 죽음을 생각하니까 무섭지? 나도 무서워. 나한테 설명 좀 해줄 수 있어?”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엄마, 돌아가실 때가 가까워 오니까 옛날 생각도 많이 나지? 그동안 가장 서운했던 일은 뭐야?” 이처럼 말입니다. 제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때 이렇게 못한 것이 정말 죄송스럽고 아쉽습니다.

 

맺는 이야기

 

사도 야고보는 말합니다. 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선생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서는 안 됩니다”(야고보서 3:1). 저나 여러분이 선생이 아니라, 고통 받고 있는 그 사람이 선생입니다. 그러니까 충고하려고 하지 마세요. 조언하려고 하지 마세요. 평가하려고 하지 마세요. 판단하려고 하지 마세요. ‘충ㆍ조ㆍ평ㆍ판이 네 글자를 꼭 기억합시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과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저와 여러분은 선생이 아니라 진정한 치유자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1101 내 인생 광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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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9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1098 벌거벗은 이사야
1097 사무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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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4 아기야, 칼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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