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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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21-02-13 13: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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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이사야서 42:2-3 
설교일 2021-02-14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성서 본문

 

그는 소리 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며, 거리에서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할 것이다. 그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며,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며, 진리로 공의를 베풀 것이다.

 

이사야서 42:2-3

 

들어가는 말씀

 

제가 그렇게 오래 살지는 못했습니다만, 살면서 이런 명절은 처음입니다. 전쟁 때도 요즘 같은 ‘5인 이상 집합 금지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고생하던 작년 추석에도 이러지는 않았고요. 그렇지만, 겨울 추위가 혹독하면 봄이 가깝다고 하지요. 밤이 깊으면 새벽이 얼마 남지 않은 겁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상황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새벽이 되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이 그런 시기인 것 같습니다. 늘 말씀드리는 거지만,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인내하면서 조용히 기다리면 머지않은 시기에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오늘이 연휴 마지막 날이지요. 이 시간, 성령님께서 저와 여러분에게 다시 새 힘을 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이번 명절에는 집집마다 아예 모이지를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많이 들리지는 않습니다만, 명절만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게 식구들 간의 갈등 이야기 아닙니까? 그 가운데서도 시어머니와 며느리, 고부(姑婦)갈등 이야기가 특히 많았습니다. 서로 안 보고 지낼 때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보면서 부딪치면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지요. 제가 지금 사례 하나를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본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저녁, 시어머니가 외출했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때 그 집의 며느리는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돌보면서 저녁 준비를 시작합니다. 식사를 준비하면서 며느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머님께서 꽤 피곤하신 모양이네. 그렇지만 오늘 저녁에는 내가 할 일이 많은데, 어머님께서 아이를 좀 봐주시면 좋겠는데. 그래도 밖에서 금방 돌아오셨으니까 한 3~40분 정도 쉬시게 해드리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방에 들어간 시어머니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며느리를 가만히 보니까, 자기를 좀 도와줬으면 하는 눈치인데, 그렇지만 지금은 내가 너무 다리가 아프니까 잠시만 누웠다가 일어나서 아이를 봐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어머니는 누워서 휴식을 취합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누워 있는 방에 조용히 들어와서 살며시 이불을 덮어주고 밖으로 나갑니다. 그런 행동이 배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언의 요청이기도 합니다. 시어머니는 잠시 뒤 자리에서 일어나서, 며느리가 이불을 덮어준 걸 기억하면서, 이제 며느리를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는 잠자코 아이를 데리고 공원으로 나갑니다. 며느리는 그 덕분에 가족의 식사 준비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났습니다. 남편과 시어머니와 아이는 식사 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알맞은 시각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런 집, 어떻습니까? 며느리도 바쁘고, 시어머니도 피곤하지만, 서로 조금씩 배려하니까 집안이 아무 일 없이 조용히 굴러가지요.

 

예수님이라면

 

이렇게 서로 배려할 줄 알고, 상대의 의중을 알아차리는 게 잘되는 집에서는 굳이 긴 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얘야, , 다녀왔다.” “, 어머님. 다녀오셨어요?” 이런 간단한 인사말이면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이건 정말 모범적인 경우고요, 실제로는 대부분 가정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지요. 스토리를 조금 다르게 전개해 봅시다. 저녁때가 돼서 며느리가 밥을 준비해야 하는데, 시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며느리는, 당연히 시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가서 봐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집에 돌아오더니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서 누워 버리는 거예요. 짜증이 나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내면서 부엌일을 합니다. 그릇들 덜그럭거리는 소리는 누가 들어도 불만이 잔뜩 섞여 있는 소음이었습니다. 방에 누운 시어머니도 속이 부글거리기 시작합니다. 좀 쉬었다가 도와주려고 했는데, 며느리가 저러고 있으니 괘씸해진 것이지요. 그래서 도와줄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기시미 이치로(심만수 역),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살림출판사, 2015), 전자책 63/303.

 

방금 제가 해드린 이야기는 무대가 일본이고요, 때도, 지금부터 수십 년 전입니다. 며느리가 전업주부잖아요. 시어머니도 직업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상황하고는 많이 다르지요. 그렇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서로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조용히 배려하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지요. 그런데 뒷부분, 상황을 조금 바꾼 이야기에서는 일이 꼬여버리고 말았습니다. 뭐가 문제였겠습니까? 제가 생각할 때 문제의 포인트는 소리였습니다. 며느리는 바빠서 정신이 없는데, 시어머니는 아이 봐줄 생각은 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서 누워버리니까 며느리 속에서 열불이 나는 건 당연합니다. 설령 그렇더라도 며느리가 떨그럭떨그럭, 우장창 쨍쨍, 그릇 소리만 내지 않았더라도 문제가 안 생길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시어머니가 잠깐 쉬고 나와서 아이를 데려갔으면 그냥저냥 지나갔을 거예요. 소리가 문제였습니다. 구약성경에 보면 이사야가 메시아에 대해서 예언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사야서 42:2입니다. 장차 우리에게 오실 메시아는 이런 분이다,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소리 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며, 거리에서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할 것이다.” 거리에서는 그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그분은 목소리를 담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분이다, 그 말이지요.

 

음덕(陰德) 포인트

 

이사야가 예언한 그대로, 예수님은 정말 조용한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실제로 예수님은 말씀도 조용히, 행동도 조용히 하셨습니다. 마가복음서 8:29-30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님은 이처럼 조용조용 움직이셨지만, 예수님에 대한 소문은 전국에 쫙 퍼졌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물으셨습니다. 얘들아, 사람들이 나 보고 뭐라고 하든? 제자들이 대답했습니다. , 선생님을 보고 엘리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요, 요한이라고 그러기도 하고요, 어쨌든 다들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하는 것 같습디다. 그래서 예수님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너희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랬더니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선생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정답 중에서도 정답이잖아요. 그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맞다, 그렇지만 떠들고 다니지는 마라! 아무리 맞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진리라고 하더라도 떠들고 다니지 말라는 거예요. 소리 내면 안 된다는 겁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하지요. 값나가는 짐으로 가득 차 있는 수레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기도할 때도 떠들면서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골방에 들어가서 끽 소리도 내지 말고 고요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금식할 때도 그렇습니다. 소리소문없이 하라고 하셨습니다. 선행을 베풀 때도 그렇습니다. 조용히 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심지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모르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건 진리예요. 소리 없는 사람이 강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보면, 전혀 요란하지는 않지만 조용한 가운데서 자기가 맡은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 있지요. 그런 사람은 시끄럽게 소문을 내지는 않지만 모든 일이 잘되어 갑니다. 이런 류의, 조용한 사람이 그렇게 잘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조용하게 선을 행하라고 하셨잖아요. 그것을 우리 동양에서는 음덕(陰德)’이라고 합니다. 표시 내지 않고 덕을 베푼다는 말이에요. 이렇게 우리가 음덕을 쌓아야 하는데, 음덕을 쌓는 것은 무엇과 같은가 하면, 물건을 사면서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꾸준히 포인트를 쌓으면 나중에 그 포인트로 맛있는 음식을 무료로 먹거나 요긴한 물건을 사기도 하잖아요. , 그러면 음덕 포인트는 언제 쌓이겠습니까?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열 받아서 화가 날 때 조용히 소리 없이 넘어감니다. 그러면 그때 음덕 포인트가 쌓입니다. 물건 살 때는 포인트를 받아 봐야 보통 1%, 배 터지게 많아도 10% 안쪽이지만, 음덕 포인트는 그것보다 훨씬 큽니다. 작은 음덕 포인트 하나가 엄청난 위기에서 우리를 구출해 내기도 합니다.

 

맺는 이야기

 

 

마태복음서 6:4입니다. 네 자선 행위를 숨겨두어라. 그리하면, 남모르게 숨어서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예수님만 조용한 분이 아니라, 아버지이신 하나님도 조용하신 분입니다. 남모르게 숨어서 조용히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신다고 했지요? 비록 지금은 조용히 보고 계시지만, 때가 되면 크게 갚아 주실 것입니다. 틀림없이 보상해주실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시끌시끌 왁자지껄 화끈하게 좀 풀면 좋을 것 같은데, 조용히 하라니까 쉽지 않지요? 이것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조용히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 이거 기술입니다. 기술은 어떻게 해야 늡니까? 훈련을 끊임없이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방법은 없어요. 여러분, 여러분 모두가 조용히 승리하는 훈련에 반드시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럼으로써 여러분과 제가 소리 없이 강한 사람이 되기를, 조용한 가운데서 큰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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