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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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태복음서 7:6 
설교일 2022-01-09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https://youtu.be/2jgy2S-pZKI

 

성서 본문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아라. 그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되돌아서서, 너희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

 

마태복음서 7:6

 

들어가는 이야기

 

오늘은 주현절(主顯節) 첫째 주일입니다. 주현절은, 이 땅에 오신 우리 예수님께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신 것을 기억하고, 그런 주님을 우리가 따르기로 결심하고 다짐하는 절기입니다. 성탄절이 지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저는 한 가지 기도에 집중했습니다. 올해 우리의 기도 제목이 다시 일어나게 하소서!”인데, 이건 일 년 내내 해야 할 기도라 이 기도도 했지만, 지난주가 새해 첫 주였으니까 따로 기도한 게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게 뭐냐 하면, 우리 한울교회 식구들이 새해에는 큰 소망을 꼭 한 가지씩 이루게 해주십시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기도가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것이지만,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더라도 우리가 먼저 기뻐야 기도가 술술 나오지요. 그래서 여러분의 개인적인 소망 하나씩을 꼭 이루어달라고 기도한 것입니다. 진심입니다. 주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저와 여러분에게, 건강의 복과 평화의 복과 물질의 복을 비롯한 만복이 함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헨델 이야기

 

독일의 유명한 작곡가 헨델 잘 아시지요? 성탄절이 되면 단골로 연주되는 오라토리오가 메시아인데, 그걸 작곡한 분입니다. 어느 날 헨델이 길을 가다가 어찌어찌 가발을 잃어버렸습니다. 바람에 날려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헨델도 대머리였던 것 같아요. 최근 우리나라의 어떤 대통령 후보가 탈모 치료도 건강보험을 적용하자, 그런 제안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런저런 말이 많아요. 그런데 머리숱 없는 사람들에게는 탈모 문제가 굉장히 심각합니다. 이 제안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궁금합니다만, 어쨌든 헨델에게 가발은 매우 조중한 물건이었습니다. 한참 동안 난처해하고 있을 때, 한 아름다운 아가씨가 그의 가발을 찾아주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그 여자는 근처의 이발관에서 일하는 아가씨였습니다. 그 뒤로 헨델은 고마운 마음으로 그 아가씨를 자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선물을 주고 싶잖아요. 그래서 헨델은 그 여자를 위해서,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을 선물로 주기로 작정했습니다. 뭘 주었을까요? 헨델은 그 아가씨에게, 자신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친필 악보를 주었습니다. 요즘은 악보도 컴퓨터로 입력하니까 악보 그리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만, 그 당시에는 펜으로 오선과 콩나물 대가리를 일일이 다 그려야 했잖아요.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헨델은 여자를 사랑했고, 그 여자와 결혼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그걸 주었습니다. 그 뒤 어느 날 헨델이 그 이발관에 다시 들렀습니다. 그 아가씨는 헨델이 온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헨델이 한쪽 구석에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앉아 있는데, 그 아가씨의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발하러 온 한 손님의 머리를 만지고 있던 아가씨는 무심코 다른 이발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손님 머리 말게, 악보 몇 장만 갖다주세요!” 이런 상황을 요즘 아이들은 뭐라고 합니까? 그야말로 확 깼지요.’ 그 말을 들은 헨델은 조용히 이발관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다시는 그 이발관에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헨델에게는 그 악보가 자기 목숨만큼이나 소중한 것이었지만, 그 아가씨에게 그것은 그저 휴짓조각에 불과했습니다.

 

아기 돼지 이야기

 

성경 잠언에 보니까 이런 말이 나옵니다. 아름다운 여인이 삼가지 아니하는 것은 돼지코에 금고리 격이다”(잠언 11:22). 돼지 코에 금고리, 이게 어울립니까? 우스꽝스럽기 이를 데 없는 풍경이지요. 예수님도 비슷한 말씀을 주셨어요. 마태복음서 7:6입니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아라. 그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되돌아서서, 너희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라고 했지요. 헨델의 악보는 거룩한 물건입니다. 진주입니다. 그런데 여자는 그 귀한 것을 함부로 대했어요. 좀 심한 표현인 것 같지만, 마치 개처럼, 돼지처럼. 여기서 예수님의 말씀은 귀한 것을 함부로 취급하지 말라는 건데, 예수님께서 가장 귀하게 여기시는 게 뭡니까? 복음이지요,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그걸 아무 데서나, 장터의 약장사처럼 팔고 다니지 말라는 거예요. 아무한테나 함부로 뿌리고 다니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마치 진주를 다루듯이, 보석을 다루듯이, 꼭 필요한 때에,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곳에, 선포해야 한다는 겁니다. 돼지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전에 한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공자가 노나라 애공에게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공자가 초나라에 사신으로 갈 때 길에서 이런 광경을 보았습니다. 새끼 돼지들이 오글오글 모여서 어미의 젖을 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어미는 죽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요. 새끼 돼지들은 어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잘 모릅니다. 조금 있으려니까 새끼들은 놀라면서 어미를 버리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여기 누워 있는 저 돼지는 이제 더 이상 자기들에게 젖을 주고 자기들을 돌보아주던 어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니까 새끼 돼지들이 어미를 따라다녔던 것은 얻어먹을 게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이제 자기들에게 이득 될 게 없으니까 미련 없이 어미를 버리고 떠나는 것이지요. 만일 새끼 돼지들이 생각이라는 걸 할 줄 알았다면 그렇게 어미를 버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미의 장례까지 치러주지는 못할지라도 그 앞에서 슬픔의 눈물은 흘렸을 것입니다. 귀한 존재를 귀한 것으로 알아보지 못하면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어머니란 존재가 얼마나 귀한 건지 모르기 때문에 새끼 돼지들은 그저 어미를 젖 나오는 분유 병으로 생각했습니다. 분유 병에서 분유가 안 나오면 버리면 그만이잖아요. 그렇지만 어머니는 분유 병이 아니지 않습니까? 문제는, 이 새끼 돼지들뿐만 아니라 돼지보다 지혜롭다고 자처하는 인간들 가운데도 그저 부모를 분유 통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기 엄마 이야기

 

, 새끼 돼지들은 이런데, 사람의 어머니는 어떨까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범석 교수가 들려준 이야기인데요. 어떤 아기가 백혈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불행스럽게도 모든 치료가 실패했습니다. 의료진도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아이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간호사가 아이의 혈압을 재려고 병실에 들어가 보니까 보호자인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간호사는 보자마자 아이가 이미 호흡이 멎은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의 얼굴이 이미 푸른빛을 띠고 있었던 것입니다. 숨이 끊어진 시간은 새벽인 듯싶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 엄마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죽은 아이를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사망 사실을 알리면 의료진이 아이의 시신을 데려갈 거 아니에요? 그래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아이를 꼭 끌어안은 채로 밤을 새웠던 겁니다. 간호사가 나중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마지막 온기를 나누고 있는 그 모습이 흡사 성모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 같았다고 했습니다. 지난밤, 아이는 열이 펄펄 끓고 호흡이 점차 거칠어졌고 마지막으로 엄마라는 한마디를 내뱉고는 몇 시간 뒤에 서서히 숨이 멎었다고, 아이 엄마는 나중에야 털어놓았습니다.

 

맺는 말씀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시신을 몇 시간이나 끌어안고 있는 것, 이건 명백한 병원 규정 위반입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엄마를 책망하지 않았습니다. 사망진단서를 써야 하는 담당 의사도, 아이의 사망 시각을 임의로 적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아이를 품에 안으려고 했던 엄마는 한참 후에야 아이의 시신을 영안실로 보냈습니다. 아이를 받아 든 의료진의 말로는, 동이 트고 나서도 시신이 따뜻했다고 합니다. 김범석,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흐름출판, 2021), 45%. 미련 없이 죽은 어미 곁을 떠나버린 새끼 돼지들과 얼마나 다릅니까? 이게 사람과 돼지의 차이점입니다. 이게 어미와 자식의 차이점입니다. 귀한 것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것! 우리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 안목입니다. 부모 여러분,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맡기신 아이는 그저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헨델이 목숨처럼 아끼던 악보처럼, 하나님께서 목숨을 내걸고 여러분에게 맡기신 보물입니다. 애지중지 자식을 사랑하는 여러분은 위대하고 숭고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자녀 여러분,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부모로 내려주신 그분들은 여러분이 함부로 대해도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여러분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분들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도 여러분을 알아주지 않아도 그분들은 세상 끝날까지 여러분을 가장 귀한 사람으로 여겨주시는 분들입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부모로 점지해 주신 그분들은 헨델이 친필 악보를 아꼈던 만큼이나 여러분을 소중히 여기시는 분들입니다. 분유통처럼 먹다가 떨어지면 버려도 되는 그런 분들이 아닙니다. 휴지처럼 쓰다가 그냥 버려도 되는 분들이 아닙니다. 부모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분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자녀 여러분과 자식을 세상 그 어떤 잘난 사람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부모 여러분 위에 우리 주님의 기적 같은 은혜가 언제나 충만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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