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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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요한복음서 16:31-33 
설교일 2022-04-03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성서 본문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이제는 너희가 믿느냐? 보아라,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 두고, 제각기 자기 집으로 흩어져 갈 때가 올 것이다. 그 때가 벌써 왔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니,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말한 것은,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환난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요한복음서 16:31-33

 

들어가는 이야기

 

4월이 되었습니다. 올해가 사분의 일이 지나갔습니다. 꽃구경들은 좀 하셨습니까? 가까운 곳에도 꽃이 많이 피었으니까, 잠깐이라도 밖에 나들이를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마스크는 꼭 하시고요. 백신도 백신이지만, 마스크가 최고의 방역 도구입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주신 하나님께서 저와 여러분의 심령에 봄볕처럼 오셔서 우리 모두의 신앙과 삶을 윤택하게 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혼자 남은 예수님

 

오늘은 사순절 다섯째 주일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사순절은 예수님께서 고난 받으신 일을 기념하고 묵상하는 절기인데, 그 기간은 40일입니다. 성경에 보면 40이라는 숫자는 고행의 숫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해서 광야에서 고생한 햇수가 40년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광야에서 금식하며 기도하신 기간도 40일입니다. 나중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잡혀서 고난 받으신 기간이 딱 40일은 아니지만 이 숫자가 그런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1년에 40일을 사순절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특별히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받는 고통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몸이 아파도 고통이고, 배가 고파도 고통이고, 가렵거나 간지러워도 고통이고, 온몸에 힘이 빠져도 고통입니다. 우리는 이런 잠깐 동안의 고통고 견디기 힘겨워하지만, 예수님의 길은 한평생이 고난의 길이었습니다. 특히 짧은 생애 마지막 얼마 동안은 정말 힘겨운 고난의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매를 맞아서 몸에 상처가 났습니다. 가시에 찔려서 피를 흘렸습니다. 이런 몸의 고통도 컸지만 그보다 더 아픈 것은 마음의 고통이었습니다. 한평생 정도(正道)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는 예수님이었지만 그분은 욕을 먹었습니다. 바보, 등신, 꼴값하네, 네가 왕이면 우리 집 강아지가 정승이다같은 험한 말을 들으셨습니다. 거기까지는 견딜 수 있다고 칩시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고통은 아마도 사랑하는 제자들이, 믿었던 사람들이 모두 도망 가버린 일일 것입니다.

 

고독에 대하여

 

전에 언젠가 저녁에 모임이 있었는데,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 좀 늦게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좀 늦겠다고 말하려고 좌장 격인 사람에게 전화를 했지요. 그런데 이 사람이, 분명히 모임에 참석해 있을 시각인데 도무지 전화를 계속 안 받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 사람도 전화를 안 받았습니다. ‘이 사람들이 내 전화를 씹어?’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더니 갑자기 요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나만 빼놓고 자기들끼리 무슨 작당을 하는 거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지만, 사람이라는 게 이렇게 약한 존재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모임 안내 문자도 제대로 와 있었고 문자들이 하도 많이 와서 놓쳐버린 것이지요 그 사람들이 전화를 못 받은 것도 다 사정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저는 외로움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남들이 다 외로움을 타도 저는 그럴 일이 없을 줄 알았지요. 그런데 그날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까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사람이 혼자 내버려진다는 것은 정말 견딜 수 없는 고통입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식일 것입니다. 부모가 나를 버렸다, 이건 아이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입니다. 지금도, 어려서 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성장한 청년들이 부모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지요. 자기를 낳아준 부모가 보고 싶기도 하겠지만, 그 사람들은 그것보다도 왜 내 부모는 나를 버렸을까?’ 그게 궁금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유나 좀 알자는 것이지요.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자식으로부터 버림받은 부모들, 친구로부터 배신당한 사람들, 이들의 고통도 말로 할 수 없이 클 것입니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

 

예수님이 받은 가장 큰 고통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자신을 배신하고 가버릴 것이라는 낌새를 일찍부터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한때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사람들이 구름떼 같이 많았지만, 한번은 예수님의 설교를 듣고 모든 사람들이 다 떠나가 버렸습니다. 요즘 말로 참 황당한 시츄에이션이었지요. 좋다고 쫓아다닐 때는 언제고,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설교를 빌미삼아 모두 달아나버린 것입니다. 아니, 저분이 저런 설교를 하다니! 이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까지도 떠나가려 하느냐?”(요한복음서 6:67). 물론 그때까지는 열두 제자는 남아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버리고 가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요한복음서 말씀을 보니까 예수님은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이다, 하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고난의 시기가 다가왔을 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아라,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 두고, 제각기 자기 집으로 흩어져 갈 때가 올 것이다. 그 때가 벌써 왔다”(요한복음서 16:32). 일이 이렇게 되면 우리 같으면, ‘나쁜 자식들, 비겁한 인간들, 의리도 없는 것들, 너희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할 텐데 예수님은 그러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자들을 걱정해주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환난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복음서 16:33). 홀로 남게 된 예수님이 나는 이제 어쩌지?’ 하고 걱정하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세상을 이겼다!” 하셨습니다.

 

맺는 이야기

 

노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천지도(天之道)는 부쟁이선승(不爭而善勝)이다.” , ‘하늘의 도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싸우지 않고 어떻게 이깁니까? 물론 이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예수님의 대답은 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 자신도 적들과 싸워서 이기려고 하지 않고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는다!” 했습니다. 죽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겠습니까? 어떤 스승이 죽어지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려고 제자들을 무덤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한 제자에게 시켰습니다. “, 이제 네가 저 무덤에다 대고 욕을 네 마음대로 해봐라.” 제자는 욕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있는 대로 칭찬을 해주며 박수를 쳐주어라!”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 무덤이 뭐라고 하더냐?” 당연히 아무 말이 없지요. 스승이 말했습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죽은 사람은 옆에서 굿을 하든, 욕을 하든, 칭찬을 하든, 꿈쩍도 않는 거야.”

 

 

내가 죽은 듯 살면 세상에서 고통 받을 일이 없습니다. 누구한테 질 일도 없습니다. 그것이 세상을 이기는 길입니다. 그 첫 단계가 혼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혼자 있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혼자 있는 것을 견디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혼자 남으셨지만 그 일에 대해서 남의 탓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견디셨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세상을 이기셨습니다. 이제 저와 여러분도, 죽은 듯 삶으로써 세상을 이기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바랍니다.

 

https://youtu.be/eGrt713aG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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