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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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09-06-28 16: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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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갈라디아서 5:22-26 
설교일 2009-06-28 
설교장소 구미안디옥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오순절 


■ 성서 본문

그러나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기쁨과 화평과 인내와 친절과 선함과 신실과 온유와 절제입니다. 이런 것들을 막을 법이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께 속한 사람은 정욕과 욕망과 함께 자기의 육체를 십자가에 못박았습니다. 우리가 성령으로 삶을 얻었으니, 우리는 성령이 인도해 주심을 따라 살아갑시다. 우리는 잘난 체하거나 서로 노엽게 하거나 질투하거나 하지 않도록 합시다.

<갈라디아서 5:22-26>


■ 들어가는 말씀

갈라디아서가 말하는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가운데서 오늘은 ‘안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성령을 받은 사람은 참을 줄 알아야 한다, 참는 사람이 복이 있다는 것(야고보서 1:12; 5:11)이 오늘 말씀의 핵심입니다. 그렇게 하면 하늘의 큰 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 참는다는 것은 마음의 ‘피부’입니다.

지난 월요일 밤에, 누굴 좀 만나러 나갔다가, 계단을 헛디뎌서 발목이 접혀져버렸습니다. 순간적으로 저는 몸을 굴렸고, 비록 길에서 엉덩방아를 찧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발목은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은 디딜 때마다 약간씩 시큰거렸는데, 지금은 거의 다 나았습니다. 병원에 가거나 깁스를 하거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며칠 만에 곱게 낫게 해주신 하나님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는,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순간적으로 구를 수 있게 지혜를 주셨을 뿐만 아니라, 뼈를 그냥 두시지 않고 피부로 뼈를 덮어서 웬만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해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만일 뼈를 덮는 피부가 없었다면 아마도 뼈가 부러졌거나 깨지거나 했겠지요. ‘인내’를 말씀드리면서 피부 이야기를 하니까, 좀 어색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인내라는 것은 바로 피부의 구실을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몸이 피부로 덮여 있기 때문에 몸 안에 있는 뼈나 내장이나 혈관이 잘 보존됩니다. 외부의 충격이 웬만큼 있어도 치명적인 해를 당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뿐만 아니라 우리 정신의 영역에도 피부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인내’입니다. 만일 우리에게 인내가 없다면 조금만 마음이 상해도 크게 상처를 입을 것입니다. 누가 조금만 악의를 가지고 우리를 공격해도 우리는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하나님께서는 우리 몸을 위하여 피부를 주셨듯이, 우리 마음을 위해서 ‘인내’라는 정신의 피부를 주셨습니다.

자, 여기 비닐로 포장된 치즈가 있습니다. 만일 이 비닐 포장을 뜯으면 치즈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합니다. 찢으면 그대로 찢깁니다. 부수면 그대로 부수어집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비닐 껍질이 덮여 있는 상태에서는 웬만큼 힘을 가해도 크게 상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몇 번 접어 보겠습니다. 자, 보십시오. 멀쩡하지 않습니까? 치즈의 껍질인 비닐이 사람의 피부 구실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습니다. ‘인내’라고 하는 피부 곧 껍질로 잘 덮여 있으면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인내’는 우리 마음의 피부입니다.

■ 마음의 피부는 ‘시간’입니다.

현대 신학자들 가운데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 독일의 몰트만(Wuergen Moltmann)이라는 분입니다. 제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분인데, 이분이 인내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내는 가장 힘 있는 행위이다. 그것은 시간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 반면 폭력의 행위는 시간을 갖지 않으며, 그러므로 단기적으로만 이길 수 있다. 인내가 폭력의 행위보다 더 높다.” ― 위르겐 몰트만(김균진 역), ≪과학과 지혜≫(대한기독교서회, 2003), 104-105쪽.

마음의 껍질, 곧 마음의 피부인 인내가 없으면, 그 다음에는 어김없이 ‘폭력’이 따라옵니다. 인내는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폭력은 시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인내가 폭력보다 더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지요. 어떤 일이 닥쳤을 때 조금만 시간을 쓰면 아무 일 없이 넘어가는데, 시간을 쓰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면 거기서 사고가 터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옛 어른들도 ‘참을 인(忍) 자가 셋만 있으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습니다.

벌써 오래 전 일입니다만, 제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 감탄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별로 신경 안 쓰고 지나치고 있지만, 그 사람들은 철저하게 지키는 교통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Stop!’ 표지판이었습니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는 어김없이 ‘일단정지’ 표지판이 있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잘 지키는지 모릅니다. 이 표지판이 나타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동차를 세웁니다. 일단 차를 멈춘 다음 다른 차가 없으면 지나가고, 다른 차가 있으면 먼저 정지한 차를 보내고 자기 차례가 되면 지나갑니다. 이렇게 하니까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도 사고가 날 일이 없습니다. 차를 멈췄다가 출발시키는 데 드는 시간은 10초가 채 안 됩니다. 그 10초라는 시간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립니다.

사람 사는 것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과 의견충돌이 생길 것 같으면 일단 멈춤 기능을 작동해야 합니다. 요즘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잘 안 때립니다만, 옛날에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잘 쥐어박았지요. 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하면 즉석에서 주먹이나 빗자루를 사용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속상하게 할 때도, 생각할 여지도 없이 바로 맞받아칩니다. 이러면 사고가 납니다. ‘일단 멈춤’ 기능이 안 들어서 그렇지요.

아이들을 꾸짖을 때도 그렇고 어른들이 싸울 때도 그렇고 이거 하나는 꼭 지켜야 합니다. 부모라면 아이들을 꾸짖어야 할 때가 많지 않아요. 그럴 때, 아무데서나 잔소리를 하거나 야단을 치면 효과가 없습니다. 반드시 불러 앉혀 놓고, 눈을 보면서 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부싸움을 할 때도, 성질난다고, 성질난 그 자리에서 퍼붓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이 ‘일단 멈춤’ 기능입니다.

■ 인내를 위해서 조금 긴 시간이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인내’라는 것이 결국은 시간의 문제인데, 아주 짧은 시간을 ‘일단 멈춤’하면 해결되는 일이 많습니다만, 이것은 사람과 사람이 부딪칠 때, 사고를 피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좀 더 긍정적인 면에서, 우리가 어떤 성과를 내려면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잠깐의 시간만 가지면 되지만, 인생의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조금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다 꿈을 가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를 하지요. 그러나 실제로 꿈을 가지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꿈을 가지고 있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분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만들어져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과 똑 같다는 것입니다. 음식을 시키면 당연히 나올 걸로 기대하지요. 그런데 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꿈이 이루어질 것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은 것은,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 놓고 어디로 가버리는 사람과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 바비 샌더즈(윤상운 역), 《돌고래에게 배운다》(넥서스BOOKS, 2004), 256쪽 참조.

요즘 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크게 가지는 것이 자녀들의 교육이지요.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가진다, 그럴듯한 표현을 했습니다만,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앞으로 좀 더 편하게, 좀 더 풍요롭게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거 아닙니까? 그걸 누가 나무라겠습니까? 그래서 자녀가 공부를 못하면 어떻게든 시켜보려고 닦달을 합니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됩디까?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공부 못하는 놈 공부 시키는 것입니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이런 식으로 강압해서는 백 번 천 번 해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다려야 합니다. 자식이 공부할 생각이 나도록,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기다려야 합니다. 그냥 손 놓고 기다리면 됩니까? 그건 안 되지요. 아이가 기쁜 마음으로 스스로 책상 앞으로 달려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움직여주시지 않으면 그 어떤 사람도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기도하면서 기다리면, 하나님께서 때를 만들어주시고, 그때 아이의 마음속에서 의지가 터져 나옵니다.

식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는 데도 다 때가 있듯이, 아이들이 자라는 데도 때가 있습니다.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벚꽃이 아름답다고, 벚꽃 가지를 잘라 본들, 그 속에서 벚꽃이 나옵니까? 달걀이 급하다고 닭의 배를 가르면 어떻게 됩니까? 그걸로 끝장이지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도록, 스스로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스스로 제 적성을 알고 제 갈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합니다. 참아야 합니다. 인내해야 합니다. 히브리서 10:36 말씀입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서, 그 약속해 주신 것을 받으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

■ 맺는 말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증오보다 더 큰 과실이 없고 인내보다 더 강한 것은 없으니 내가 이리저리 애쓰는 것은 인내를 배우는 것.” ― 나왕 겔렉 린포체(정승석 역), 《행복한 삶 행복한 죽음》(도서출판 초당, 2004), 78쪽. 이분은 가진 것 다 버리고 한평생 수행을 했는데, 그게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면 ‘인내’를 배우기 위함이었는 것입니다. 성경 로마서에 보면, “인내력은 단련된 인격을 낳고, 단련된 인격은 희망을 낳는”(5:3)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꿈을 가지자고 하는데, 꿈과 희망은 인내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야고보서 1장 4절의 말씀으로 오늘 말씀의 결론을 삼으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인내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이 완전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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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2 성령의 열매(6) - 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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