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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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2-08-05 14: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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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출애굽기 31:12-17 
설교일 2012-08-05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일러라. 너희는 안식일을 지켜라. 이것이 너희 대대로 나와 너희 사이에 세워진 표징이 되어, 너희를 거룩하게 구별한 이가 나 주임을 알게 할 것이다. 안식일은 너희에게 거룩한 날이므로, 너희는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 그 날을 더럽히는 사람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 날에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의 겨레로부터 제거될 것이다. 엿새 동안은 일을 하고, 이렛날은 나 주에게 바친 거룩한 날이므로, 완전히 쉬어야 한다. 안식일에 일하는 사람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이스라엘 자손은 이 안식일을 영원한 언약으로 삼아, 그들 대대로 지켜야 한다. 이것은 나와 이스라엘 자손 사이에 세워진 영원한 표징이니, 이는, 나 주가 엿새 동안 하늘과 땅을 만들고 이렛날에는 쉬면서 숨을 돌렸기 때문이다.”

<출애굽기 31:12-17>


■ 들어가는 이야기

우리 축구가 월드컵 4강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4강 신화를 썼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영국도 그렇고, 오늘 새벽에 양 팀 모두 정말 짜임새 있는 경기를,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 결국 승부차기에서 우리가 이겼습니다. 1994년 이후 가장 심하다는 무더위 속에서 시원함을 선물해준 경기였습니다. 이번 주에 말복이 들어 있지요? 더위가 아무리 맹위를 떨친다고 하더라도 이번 주가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도 산속으로 들어가면 전과는 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요즘 여름휴가 가시는 분들이 많던데, 여러분은 휴가 잘 다녀오셨는지, 아직 다녀오지 않은 분들은 계획을 잘 짜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이 여름을 슬기롭게 잘 보내시고, 운기 충천한 모습으로 가을을 맞이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오늘은 일과 휴식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 노동

인도의 성자 간디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는데, 여러분도 들으시면 아실 것입니다. ‘나라가 망하는 일곱 가지의 조건’인데요, 그는 “이럴 때 국가는 희망이 없으며, 멸망의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첫째는 원칙 없는 정치이며, 둘째는 도덕 없는 상업이며, 셋째는 노동 없는 부(富)이며, 넷째는 인격 없는 교육이며, 다섯째는 인간성 없는 과학이며, 여섯 번째는 양심 없는 쾌락이며, 일곱 번째는 희생 없는 신앙”입니다. ― 최인호,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여백미디어, 2000), 44쪽. 정치에 원칙이 없으면 나라가 망하고, 상업에 도덕이 없으면 나라가 망하고, 노동하지 않고 돈 버는 사람이 많으면 나라가 망하고, 인격을 가르치지 않고 지식만 가르치는 교육을 할 때 나라가 망하고, 과학 발전에 인간성이 무시되면 나라가 망하고, 사람들이 양심을 접어놓고 쾌락만 찾으려 할 때 나라가 망하고, 예수 믿는 사람이나 부처님 믿는 사람이나 종교인들이 남을 위해 희생하려는 생각은 하려 하지 않고 그 종교를 통해서 복만 받으려고 한다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입니다.

구구절절 옳은 지적입니다. 제가 볼 때 그 가운데서 가장 심각한 것이 ‘노동 없는 부(富)’인 것 같습니다. 노동을 하지 않고 많은 돈을 벌고 사는 사람이 많으면 가장 빨리 나라가 망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회가 되면 아무도 사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너나없이 땀 흘려 일해서 보람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꿈꿀 것입니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을 써서라도 무조건 돈을 벌어야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도덕이나 의리나 양심 같은 것들은 헌 신짝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일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데살로니가후서 3:10)고 했습니다. 하나님도 일하셨고, 예수님도 노동을 하셨고, 목회자인 바울도 천막을 만들어 팔면서 스스로 먹을 것을 마련하며 살았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을 하지 않고 돈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육체노동이든 정신노동이든, 노동을 해서 먹을 것을 마련하는 사람이 성경에서 말하는 ‘복 있는 사람’입니다. 얼마 전에 뉴스가 됐던 안타까운 사건을 아실 것입니다. 몇 년 전에 로또 1등에 당첨돼서 수십억 원을 받았던 사람이 최근에 빚까지 지고 자살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노동으로 얻지 않은 재물은 시한폭탄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우리가 일을 해서 먹고 산다는 것, 이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복입니다.

■ 안식

요즘 같은 날, 한낮에 냉방시설도 없는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이만저만한 고생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폭염수당’이라도 넉넉히 지급되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더운 계절이면 낮도 낮이지만 열대야 때문에 밤에 잠을 자는 것도 고역입니다. 저는 에어컨 바람이 부담스러워서 선풍기를 켜고 자는데, 지난 화요일 밤에 우리 아이들이 옥상에다가 텐트를 쳐줘서 요즘은 밤에 거기서 잠을 잡니다. 얼마나 시원하고 쾌적한지, 잠을 자고 나면 몸이 가벼워서 낮에 일하는 데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사람에게 휴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에너지는 휴식에서 나오는 것 아닙니까? 하루 가운데 몇 시간은 반드시 잠을 푹 자야 되고,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은 세상만사 잊고 쉬어야 합니다. 그래서 구약성경에서는 안식일을 우리 삶에서 최고로 가치 있는 일로 강조합니다. 오늘 본문말씀이 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출애굽기 20장에 보면 안식일 계명이 더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안식일에는 주인만 쉴 것이 아니라 종들까지도, 짐승들까지도 쉬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명령합니다. “너희나, 너희의 아들이나 딸이나, 너희의 남종이나 여종만이 아니라, 너희 집짐승이나, 너희의 집에 머무르는 나그네라도, 일을 해서는 안 된다”(출애굽기 20:10) 했습니다. 이 말씀은 정부의 관리들은 물론, 기업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내용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이 되었지요. 몇 해 전에 주 44시간에서 40시간제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 논의할 때 이야기입니다만, 경영자총회에서는 법정 노동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독일은 법정 노동시간이 48시간이고 우리나라는 44시간인데 더 낮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노동시간을 보면 독일은 35시간이고 한국은 46시간입니다. 독일은 법정시간에 비해서 실제로 일은 적게 하지만, 우리는 현실이 다릅니다. ― 전대환 외 6인, ≪행복경제 디자인≫((주)아리수에듀, 2009), 156쪽. 우리나라 사람들은 쉬는 시간이 OECD 나라들 가운데서 꼴찌입니다. 더 쉬도록 해야 합니다. 이반 일리히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사회 사상가이지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이 양반에 정리를 해준 게 <일리히의 법칙>인데요, 이런 겁니다. “인간의 활동은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효율이 감소하여 나아가서는 역효과를 낸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이세욱 임호경 역),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주식회사 열린책들, 2011), 31쪽. 무작정 근무시간을 늘인다고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원리 아닙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일하는 시간이 많아야만 되는 줄 압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오래 책을 본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쉬어야 합니다.

■ 보람

사람은 일도 해야 하지만 잠도 자야 합니다. 거기다가 딴 짓하는 시간, 곧 노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오랫동안 건강하게 일을 지속할 수 있고, 일에 대한 보람도 느끼게 됩니다. 시베리아의 강제수용소 이야기를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옛날에 악명을 떨치던 곳이지요. 거기는 지식인들도 많이 수용되어 있었는데, 지식인들에게 가하는 가장 가혹한 형별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벽돌 나르기’였습니다. 오늘은 이쪽에 산같이 쌓인 벽돌을 반대편으로 옮기도록 하고, 다음날은 다시 어제 있던 쪽으로 옮기는 것을 끝없이 반복하는 형벌입니다. 아무리 일을 해도 결과가 없는 단순노동이지요. ― 권중대, ≪사람 그리운 날에≫(수필과비평사, 2001), 116쪽. 이런 생활을 얼마 동안 하다 보면 속된 말로 사람 환장한답니다. 월급이라도 받고 하는 일이라면 그나마 고통이 덜하겠습니다만, 수용소에서의 단순노동은 사람을 파멸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3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얼마 전에 결정되었습니다. 시간당 4,860원입니다. 노무현 정권 때 최저임금은 연 평균 10% 정도 올랐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연 평균 5~6%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시급 4,860원으로 하루 여덟 시간 일한다면 하루에 38,880원입니다. 한 달에 20일 일하면 777,600원이고, 25일 일하면 972,000원입니다. 일자리가 확보되어 있고, 최저시급을 그대로 다 받을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동환경은 훨씬 열악한 게 현실이지요. 조금 전에 시베리아 수용소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아무리 뼈 빠지게 일을 해도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버는 현실이 무한정 계속된다면, 우리가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하겠습니까? 사는 보람이 무엇입니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노동의 대가가 오겠습니까? 아니지요. 싸워야 합니다. 싸워서 이겨야 합니다. 힘을 합해서 싸우면 반드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 맺는 이야기

수년 전에 한 번 말씀드린 내용이지만, 박노해 시인의 시를 다시 소개합니다. 〈가만히 두 손 모아〉라는 시입니다. “노동에 지친 이여 / 예수님도 괴로운 노동자였습니다 // 인정받지 못하는 이여 / 예수님도 자기 땅에서 배척 당했습니다 // 배신에 떠는 이여 / 예수님도 마지막 날 친구 하나 없었습니다 // 패배에 절망하는 이여 / 예수님도 영원한 현실패배자였습니다 // 예수님도 그랬습니다 // 그러나 그에게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 포기하지 않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 피투성이로 품은 사랑이 있었습니다.” ― 박노해, 「가만히 두 손 모아」 중. 박노해, ≪겨울이 꽃핀다≫(해냄출판사, 1999), 98쪽. 우리가 하루를 일하면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한 주간 열심히 일을 하면 하루나 이틀은 편안하게 쉴 수 있어야 합니다. 6년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으면 안식년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보수 없이 쉬는 것이 아니라, 유급으로, 품위 있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입이 확보되는 가운데 휴식의 기간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이 일을 위해서 예수님은 한평생 애를 쓰셨고, 마지막에는 십자가까지 지셨습니다. 마태복음서 11:28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여러분에게 이루어져서, 일과 휴식과 보람의 축복을 마음껏 누리시게 되는 세상이 속히 오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1. 20120809 Na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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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 예배와 봉사, 무엇이 먼저인가?
1095 고향으로 가자
1094 "애써 주님을 알자!"
1093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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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2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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