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성서본문 요엘서 2:28-29 
설교일 2016-05-15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기념주일 
사용처 1. 20160802 공자제곱(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그런 다음에, 내가 모든 사람에게 나의 영을 부어 주겠다.

너희의 아들딸은 예언을 하고, 노인들은 꿈을 꾸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볼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종들에게까지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나의 영을 부어 주겠다.

― 요엘서 2:28-29

 

■ 들어가는 이야기

 

산과 들이 가장 생기를 얻는 계절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5월의 가운데쯤 우리가 와 있습니다. 봄 햇살 같은 따스함과 봄바람 같은 시원함을 삶 속에서 함께 누리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가해

 

요즘도 햇살이 제법 따갑습니다만, 7~8월이 되면 가혹할 정도로 한낮이 뜨겁습니다. 한여름 태양 볕 때문에 죽을 고생을 했던 어떤 이탈이아 여성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르네상스 시절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여성은 이름이 엘레나였는데, 외모도 아름답고 말씨도 우아하고 재산도 많았습니다. 거기다가 남편이 죽고 없는 독신녀였습니다. 그 마을의 한 남자 학자가 엘레나를 사모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 여자와 가까워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드디어 선이 닿아서 여자의 하녀를 통해 자신의 뜻을 전했습니다. 엘레나는 사실 젊은 총각을 좋아하고 있었지만, 재미삼아 학자를 괴롭혀주려고 작심했습니다. 여자는 학자를 자기 집으로 오게 했습니다.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꾸민 것이지요. 그날은 엄청나게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학자는 뛸 듯이 기뻐하며 들뜬 마음으로 여자의 집을 찾아가서 정원에 대기했습니다. 여자는 총각 연인을 불러다가 침실에서 함께 있으면서, 오빠가 갑자기 찾아왔다고 학자에게 거짓말을 하고는, 학자 보고는 정원에서 좀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거기에는 어디 걸터앉을 데도 없었고, 추위를 막을 만한 공간도 없었습니다. 학자는 몸을 녹이기 위해 안마당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조그마한 소리만 나도 ‘오빠가 이제 가나보다’ 하면서 귀를 쫑긋 세웠지만 번번이 아니었습니다. 학자는 너무나 추워서 이빨을 따닥따닥 부딪치며 텝 댄스를 추고 있었습니다. 한편 여자와 총각 연인은 침실에서 밖을 내다보며 낄낄댔습니다. 새벽녘이 돼서야 학자는 여자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추위를 저주했습니다. 여자의 악랄함을 욕했습니다. 밤이 긴 것을 한탄했습니다. 자기의 경솔함을 후회했습니다. 여자에 대해 격렬한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동안 품어왔던 뜨거운 연정이 180도로 뒤집어져서 잔혹하고 격한 증오로 바뀌었습니다.

 

■ 복수

 

학자는 복수를 계획했습니다. 그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섣불리 행동에 옮기지 않고 때를 기다렸습니다. 마침 그 총각 연인이 여자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여자는 어떻게 하면 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노심초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학자가 교묘하게 여자의 하녀에게 접근해서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여자는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학자의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학자는 총각 연인을 닮은 놋쇠인형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기도문도 만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여자에게 일렀습니다. 한밤중에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깨끗한 개올 물에 목욕을 하고 옷을 모두 벗은 다음, 인형을 안고 탑 위에 올라가서 기도문을 일곱 번 외우면 그 총각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자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때는 7월이었습니다. 여자가 탑 위에 올라간 것을 확인한 학자는 사다리를 치워버렸습니다. 옷도 감추었습니다. 여자는 학자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밤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속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벌거벗은 몸뚱이에는 새벽의 냉기가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제발 좀 내려가게 해달라고, 옷이라도 좀 달라고, 탑 아래에 있는 학자에게 애원했지만 학자는 말했습니다. “부인, 지난겨울 그 추웠던 댁의 정원을 기억하신다면 그런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닐 텐데요.” 문제는 해가 뜨고 난 뒤였습니다. 정오가 되자 타는 듯이 내리쪼이는 태양은 여자의 연한 살갗과 맨머리를 인정사정없이 공격했습니다.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저기 물집투성이였습니다. 그리고 탑 위의 평평한 바닥이 뜨거워져서 서 있을 자리도 없어져버렸습니다. 거기다가 파리와 등에가 앵앵거리며 물어뜯었습니다. 배고픔과 목마름은 또 얼마나 심했는지, 체면이고 뭐고 다 내팽개쳐버리고, 날 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나 그 주변에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 사죄

 

그제야 학자는 충분히 복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여자의 하녀를 불러서 주인을 데리고 가게 했습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억울하게 당한 고통에 남자와 여자가 따로 있겠습니까? 1979년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당시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세 사람의 정치활동을 금지시켰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그 다음날인 주일 아침 교회에 가는 시내버스 안에서 라디오 뉴스로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당시 전두환 물러가라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었는데, 이와 같은 폭탄뉴스가 알려지자 광주에서 엄청난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전두환은 군인들을 투입하여 시위대를 진압했습니다. 국민을 향하여 총질을 해댄 것이지요. 이 일로 광주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이것이 5.18입니다. 며칠 전에 전두환 측근이라는 사람이 전두환의 광주 방문을 타진하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전두환이 1931년생이니까 올해 나이가 만으로 여든 다섯입니다. 죽을 때가 가까워졌지요. 자기도 속으로는 광주 문제를 털고 싶을 겁니다. 그래서 5.18 유족 측에, 내가 광주 가면 신변보장을 해줄 수 있느냐,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해줄 수 있느냐, 타진을 했답니다. 어떤 형식으로든지 사과를 하겠다는 뜻도 비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약성경에 뭐라고 했습니까?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갚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비추어볼 때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게 사람의 기본심리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이탈리아 학자 이야기에서처럼, 그래야 사람의 직성이 풀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광주 사람들이 전두환에 대해서 그런 식의 복수를 희망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용서를 비는 사람이 ‘신변보호’니 ‘예우’니,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진정 뉘우치는 마음이 있다면 돌 맞아 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 맺는 이야기

 

요엘 예언자가 말합니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나의 영을 부어 주겠다. 너희의 아들딸은 예언을 하고, 노인들은 꿈을 꾸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볼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종들에게까지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나의 영을 부어 주겠다”(요엘서 2:28-29). 젊은이들이 마음껏 자기들의 의견을 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도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 그래서 남녀노소가 성령 받은 듯이 함께 신나게 사는 세상! 그런 곳이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그런 하나님의 뜻을 방해하는 사람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무거운 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이제 이 땅에서 다시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빼앗아가려는 자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나님께서 저와 여러분을, 그리고 이 나라를 지켜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921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땅
920 “시작이 미약하다고 비웃는 자가 누구냐?”
919 만족의 손익분기점
918 가진 것을 다 팔아서 사야 할 것
917 원수 다루기
916 사랑을 위해서라면
915 낮술에 취하다!
914 굶주림입니까? 칼입니까?
913 집안에 감도는 기운
912 꼬드김과 설득
911 “하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910 지혜는 옵션이 아닙니다!
909 큐비클에서 탈출하라!
908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907 알맞은 ‘때’
906 제자 공인인증
905 느헤미야의 기도
904 아름다움에 대하여
903 잠이 보약입니다!
902 하나님의 일, 사람의 일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