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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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창세기 12:2-3 
설교일 2016-09-18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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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본문

 

내가 너로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주어서, 네가 크게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너는 복의 근원이 될 것이다. 너를 축복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복을 베풀고, 너를 저주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릴 것이다. 땅에 사는 모든 민족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받을 것이다.”

 

― 창세기 12:2-3 ―

 

■ 들어가는 이야기

 

명절 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명절이나 연휴가 되면 늘 제기되는 문제입니다만, 정규직은 쉬어도 월급이 나오지만, 비정규직은, 그 가운데서도 일용직은 쉬는 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일이 속히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휴일에는 모든 사람이 편안하고 기쁘게 안식할 수 있는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분은 오늘도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성령님의 힘찬 기운이 충만하게 임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명절의 끝

 

지난 12일 월요일 밤이었지요. 그날 저는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깜짝 놀라서 잠을 깼습니다. 시계를 보니 7시 45분쯤이었습니다. 눈을 떴는데도 그때까지 집은 계속 흔들렸습니다. 여태까지 경험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해서 뉴스 사이트를 열어봐도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13분 뒤인 7시 47분에 국민안전처에서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km 지역 규모 5.1 지진 발생. 여진 등 안전에 주의 바랍니다.” 그제야 포털사이트에 속보가 뜨고 사람들의 반응이 댓글로 올라왔습니다. ‘야, 이거 대단한데, 많이들 놀랐겠다!’ 하고 있는데, 약 50분쯤 뒤에 그보다 더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첫 번째 것보다 훨씬 강력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5.8이라고 하더군요. 숫자로는 0.7포인트 차였지만 지진 강도는 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컨대 5.8과 6.0 하면 별 차이 아닌 것 같지만 어마어마한 차이가 납니다. 두 번째 지진 때는 공포에 싸일 정도로 집이 흔들렸습니다. 진동도 꽤 길었습니다. 바깥에서 ‘와장창’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선반에 올려둔 물건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였습니다. 동네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사무실로 내려와서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보였습니다. 카카오톡도 불통, 전화도 불통이었습니다. 경주 부근에 있는 원전들이 걱정돼서 상황을 알아보려고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거기도 먹통이었습니다. 나라에 이런 난리가 났는데도 각 방송들은 정규방송만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단 한 군데, JTBC 뉴스룸만 긴급하게 재난방송으로 전환해서 여러 사정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대단히 민첩한 대응이었습니다. 아마도 손석희 사장이 갑작스러운 재난에 대비한 매뉴얼을 미리 만들어두었다가 바로 작동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쨌든, 정망, 정말 감사하게도 큰 피해 없이 넘어갔고, 명절 연휴까지 마무리가 됐습니다.

 

■ 복의 근원

 

1755년 11월 1일,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큰 지진이 있었습니다. 마침 그날이 주일이라 교회들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교회의 대부분이 붕괴되었고 5만여 명의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질문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계셨단 말인가?” 그 일에 대해서,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물리학 교수였던 존 폴킹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 때 하나님께서 땅의 지각이 그 본성에 따라 작용하게 허락하고 계셨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참으로 냉담하고 무정한 대답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진리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세계를 자기 스스로 존재하고 만들어 가게 창조하셨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창조 때 준 선물은 바로 세계에 부여된 이런 자주성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폭군도 아니시고 마술사도 아닙니다. 이것이 자연재앙들이 허용되는 이유입니다.” ― 존 폴킹혼(이정배 역), 《진리를 찾아서》(도서출판 kmc, 2003), 146쪽. 사람이 더우면 땀이 나지요. 추우면 몸이 떨립니다. 가려우면 긁어야 됩니다. 지구도 그런 것 같습니다. 지진이란 지구에게 뭔가 필요해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입니다. 지진 때문에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기도 하고, 비참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온 우주적인 하나님의 섭리를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저에게도 이번 지진은 충격이었습니다. 땅이 요동치고 건물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는데, 여기서 강도(强度)가 영점 몇 포인트만 올라갔어도 수만 명이 죽었을지 모릅니다. 수만 명이 문제가 아니라 원전이 터져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는,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더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누가 잘났네, 못났네, 잘했네, 못했네, 해봐야 거대한 우주의 질서 앞에서는 헛되고 헛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 복을 지으며 살아야지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당부하신 것처럼, 우리는 ‘복의 근원’이 되어야 합니다.

 

■ 영혼을 키우는 일

 

‘복의 근원’ 하니까 대단한 일인 것 같지요? 아브라함처럼 ‘민족의 아버지’가 되고 ‘열국의 아버지’가 되어야 가능한 일인 것 같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엘런 휠러 윌콕스라는 사람이 다음과 같은 시를 썼습니다. “오늘날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요. 부자와 빈자는 아니에요. 한 사람의 재산을 평가하려면 그의 양심과 건강 상태를 먼저 알아야 하니까요. 겸손한 사람과 거만한 사람도 아니에요. 짧은 인생에서 잘난 척하며 사는 이는 사람으로 칠 수 없잖아요.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도 아니지요. 유수 같은 세월 누구나 웃을 때도, 눈물 흘릴 때도 있으니까요. 아니죠. 내가 말하는 이 세상 사람의 두 부류란 짐 들어 주는 자와 비스듬히 기대는 자랍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가는 이의 짐을 들어 주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남에게 당신 몫을 짐 지우고 걱정 근심 끼치며 기대는 사람인가요?” ― 엘런 휠러 윌콕스,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전문. 신현림 편,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2≫((주)웅진씽크빅, 2011), 80쪽. 남에게 짐을 지우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짐을 들어주는 사람이야말로 ‘복의 근원’입니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에게 양딸이 있었지요. 이름이 코제트였습니다. 억울하게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자 장발장은 그 딸을 수녀원에 맡겼습니다. 그 장면에서 작가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소녀의 영혼을 키우는 데는 세계의 모든 수녀를 다 모은다고 하더라도 한 어머니가 미치는 그것에는 견줄 수 없다. 하지만 코제트에게 어머니는 없었다. 수도원의 수녀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것은 복수(複數)의 어머니에 불과할 뿐이었다.” ― 빅토르 위고(베스트트랜스 역), ≪레 미제라블 한영합본(전10권)≫(더클래식, 2012), 2584/9701쪽. 하나님 앞에 충성하기 위해서 결혼도 하지 않고 사는 수녀들, 얼마나 훌륭한 분들입니까? 그러나 아이에게는 1천 명의 수녀보다도 단 한 사람의 어머니가 더 소중한 법입니다.

 

■ 맺는 이야기

 

여러분이 어머니인 것, 아버지인 것, 어머니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따뜻한 형제자매라는 것, 그것만으로도 여러분은 ‘복의 근원’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복의 근원’으로서 언제나 남의 짐을 들어주는 귀한 성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921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땅
920 “시작이 미약하다고 비웃는 자가 누구냐?”
919 만족의 손익분기점
918 가진 것을 다 팔아서 사야 할 것
917 원수 다루기
916 사랑을 위해서라면
915 낮술에 취하다!
914 굶주림입니까? 칼입니까?
913 집안에 감도는 기운
912 꼬드김과 설득
911 “하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910 지혜는 옵션이 아닙니다!
909 큐비클에서 탈출하라!
908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907 알맞은 ‘때’
906 제자 공인인증
905 느헤미야의 기도
904 아름다움에 대하여
903 잠이 보약입니다!
902 하나님의 일, 사람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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