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마을지기 2016-10-23 17:07:22
0 274
성서본문 로마서 7:5-6 
설교일 2016-10-23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5이전에 우리가 육신을 따라 살 때에는, 율법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죄의 욕정이 우리 몸의 지체 안에서 작용해서, 죽음에 이르는 열매를 맺었습니다. 6그러나 지금은, 우리를 옭아맸던 것에 대하여 죽어서, 율법에서 풀려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문자에 얽매인 낡은 정신으로 하나님을 섬기지 않고, 성령이 주시는 새 정신으로 하나님을 섬깁니다.

 

― 로마서 7:5-6 ―

 

■ 들어가는 이야기

 

낮부터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고 하지요. 그러고 보니 오늘이 상강(霜降)입니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절기지요. 오늘도 하나님의 나라의 소망을 품고 한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 위에 성령님의 따뜻한 기운이 충만히 임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지식과 지혜

 

우리가 흔히 지식과 지혜를 나누어서 설명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차가운 맨바닥에서 아무것도 덮지 않고 자고 있습니다. ‘아하, 아이가 춥겠구나!’ 하고 인지하는 것은 지식입니다. 아이가 추운 데서 자고 있으면 어떻게 됩니까? 감기에 걸리거나 몸이 상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침대나 요 위에다가 눕히고 이불을 덮어줍니다. 이것은 지혜입니다. 아는 것을 바탕으로 옳은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지혜입니다. 또한 지식이란 단순히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지만, 지혜란 지식을 적당하게 숙성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추를 지식이라고 한다면 김치는 지혜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지식은 나쁜 것이고 지혜는 좋은 것이다!’라고 무의식적으로 단정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지혜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지식이 없으면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아이가 춥다는 것을 알아야 이불을 덮어주지요. 배추가 어떤 물건인지 알아야 김치를 만들지요. 인디언들의 격언 가운데 이런 말이 있습니다. “지식을 추구하지 말고 지혜를 추구하라. 지식은 과거의 산물이다. 지혜는 미래를 가져다준다.” ― 인디언 람비 족의 격언. 에리코 로(김난주 역), 《아메리카 인디언의 지혜》(주식회사열린책들, 2004), 79쪽. 과거 없는 미래는 없습니다. 과거라는 바탕이 있어야 현재도 있고 미래도 있습니다. 바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문자에 얽매인 낡은 정신으로 하나님을 섬기지 않고, 성령이 주시는 새 정신으로 하나님을 섬깁니다”(로마서 7:6). ‘낡은 정신’은 과거에 묶여 있는 생각, 곧 지식만 가지고 살려고 하는 것입니다. ‘새 정신’은 과거를 뿌리로 해서 새로운 지혜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공자는 이것을 가리켜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했습니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깨우친다’는 말이지요. 공자는, 그래야 남의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고 했습니다.

 

■ 돌을 던지기 전에

 

바울은 ‘문자에 얽매이는 것’을 ‘낡은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성령이 주시는 것’을 새 정신이라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 하나를 생각해 봅시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어떤 여자 한 사람을 예수님에게 끌고 왔습니다. 그들은, 이 여자를 간음하는 현장에서 잡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예수님을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꼼수를 쓴 것이지요. 당시 법률에는, 그런 여자는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답을 할 거냐, 테스트해보려는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때 예수님은 가슴을 뜨끔하게 하는 한 마디 말로써 거기 있던 사람들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만들었습니다.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복음서 8:7). 성경에 ‘간음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간음이란 나쁜 짓 맞습니다. 또 그런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되어 있으니까, 공개처형이 합법이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지식’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낡은 생각’에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이 여자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너희 남자 놈들은 잘못한 게 없느냐, 하는 식으로 남자들을 꾸짖으셨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 속에는, 부자들이 들키지 않고 나쁜 짓을 하는 것은 괜찮고, 가난한 사람이 목구멍에 풀칠하려고 현행법을 어기는 것은 중형에 처해야 하는가, 하는 지적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때때로 ‘빙신의 일각’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빙산을 보면 썩 커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조금 큰 얼음덩어리 같습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배를 타고 항해하던 사람들이 그것을 우습게보고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밀고 나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러나 실제로 부딪쳐 보면 얼음덩어리가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배가 깨집니다. 왜냐하면 물 밑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것보다 열 배가량 큰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 증자와 아버지

 

세상 이치가 그래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문자로’ 법을 해석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냥 지식에서 멈추는 것이지요. 그러나 ‘성령으로’ 법을 해석하는 것은 법 이면에 숨어 있는 근본취지까지 보는 것입니다. 지식을 지혜로 승화시키는 것이지요. 공자의 제자 가운데 증자(曾子)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름은 참(參)입니다. 어느 날 증자가 참외밭을 매다가 잠깐 실수하여 참외 뿌리를 캐어 버렸습니다. 증자의 아버지가 화가 나서 큰 막대기로 증자의 등을 마구 때렸습니다. 증자는 땅에 엎어져서 오랫동안 까무러쳤다가 다시 깨어났습니다. 그러나 증자는 얼굴에 웃는 빛을 띠고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까 제가 아버님께 죄를 지었을 때 아버님께서는 너무 힘을 들여서 저를 훈계하셨는데 혹 몸은 괜찮으십니까?” 그러고는 자기 방으로 물러 나와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매를 맞았지만 자기 몸은 상하지 않았다고, 걱정하시지 마시라고,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지요. 효자 아닙니까? 이 이야기를 공자가 들었습니다. 제자를 칭찬해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공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리석은 놈이로구나. 이제부터는 참(參)이 온다 하더라도 아는 체도 하지 마라.” 그러면서 공자는 제자들을 모아 놓고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옛날 유명한 순임금의 아버지는 성격이 매우 괴팍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인 순은 평소에는 아버지의 말을 잘 들었지만, 화가 나서 아들을 잡아 죽이려 할 때에는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또 매를 맞을 때도 작은 매로 때리면 그대로 맞고 있었지만, 큰 매로 때리면 도망쳐 버렸습니다. 그런 까닭에 아버지는 아무리 악했어도 아들을 상하게 하는 죄까지는 범하지 않았고, 순도 지극한 효도를 잃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공자가 하는 말이, 증참은 멍청하게도 아버지가 마음껏 때리도록 그 몸을 내버려 두었으니, 만약 자기가 죽었다면 그 아버지는 얼마나 상심하겠느냐, 그겁니다. 이보다 더 큰 불효가 어디 있느냐는 말이지요. ― 이민수 역, ≪공자가어(孔子家語)≫((주)을유문화사, 2015), 324쪽에서 각색. 부모에게 효도하라고 했으니까 ‘문자대로’ 해석하면 꼼짝 말고 맞고 있어야 되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피하는 것이 진짜 효도입니다.

 

■ 맺는 이야기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처럼, 낡은 정신은 지식만 가지고 사는 것이고, 새 정신은 지혜를 가지고 사는 것입니다. 낡은 정신은 법을 문자대로만 보는 것이지만, 새 정신은 법의 정신을 보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낡은 정신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만, 새 정신은 내면까지 보고 판단합니다. 낡은 정신을 벗어버리고 새 정신을 가지고 사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921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땅
920 “시작이 미약하다고 비웃는 자가 누구냐?”
919 만족의 손익분기점
918 가진 것을 다 팔아서 사야 할 것
917 원수 다루기
916 사랑을 위해서라면
915 낮술에 취하다!
914 굶주림입니까? 칼입니까?
913 집안에 감도는 기운
912 꼬드김과 설득
911 “하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910 지혜는 옵션이 아닙니다!
909 큐비클에서 탈출하라!
908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907 알맞은 ‘때’
906 제자 공인인증
905 느헤미야의 기도
904 아름다움에 대하여
903 잠이 보약입니다!
902 하나님의 일, 사람의 일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