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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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요한복음서 19:17-22 
설교일 2014-04-13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사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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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본문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이라 하는 데로 가셨다. 그 곳은 히브리 말로 골고다라고 하였다. 거기서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도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아서, 예수를 가운데로 하고, 좌우에 세웠다. 빌라도는 또한 명패도 써서, 십자가에 붙였다. 그 명패에는 ‘유대인의 왕 나사렛 사람 예수’ 라고 썼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곳은 도성에서 가까우므로, 많은 유대 사람이 이 명패를 읽었다. 그것은, 히브리 말과 로마 말과 그리스 말로 적혀 있었다. 유대 사람들의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말하기를 “‘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지 말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십시오” 하였으나, 빌라도는 “나는 쓸 것을 썼다” 하고 대답하였다.

<요한복음서 19:17-22>


■ 들어가는 이야기

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도성으로 들어가신 날이지요. 왜 도성으로 들어가셨는지는 다 잘 아실 것입니다. 왕이 되시기 위해서 들어가셨는데,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그런 왕은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의미 있는 날, 예수님과 뜻을 같이 하기 위해서, 그리고 예수님과 동행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 모두 위에 성령님의 신비한 능력과 감동이 충만히 임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백향목 왕궁의 왕

예루살렘에 들어가신 예수님은 약 닷새쯤 뒤에 해골 언덕이라는 곳에서 십자가에 달리시게 됩니다. 그곳이 이번 예루살렘 여정의 종착점입니다.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셔서 며칠 동안 온갖 고초를 겪으셨지만, 끝내 왕이 되기는 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명패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유대인의 왕 나사렛 사람 예수.” 여러분들이 그리는 왕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지요. 이스라엘에서 ‘왕’ 하면 대표적인 인물이 다윗입니다. 그때가 나라의 힘이 가장 강했던 시절이었고, 법이나 제도 등도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솔로몬을 일컬어 가장 화려했던 왕이라고 말을 하지만, 사실 솔로몬 시절은 절정기를 지나서 분열의 시기로 가는 때였습니다. 실제로 솔로몬이 죽은 뒤에 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졌고, 국력 또한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어쨌든 다윗은 나라의 기틀을 거의 완전히 세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직 성전이 없었던 게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백향목 왕궁에 사는데, 하나님의 궤는 아직도 휘장 안에 있습니다”(사무엘기하 7:2). 백향목이라 하면 성경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지는 나무입니다. 주로 이스라엘 북쪽 레바논의 산에서 자라는데, 이게 얼마나 크게 자라는가 하면 높이가 30미터, 둘레가 10미터가 넘는 것도 있습니다. 이 정도니까 큰 건물 짓는 데 안성맞춤이겠지요. 거기다가 벌레가 먹지 않습니다. 썩지도 않습니다. 또한 향기까지 좋아서 상당히 고급자재로 대접받는 나무입니다. 다윗 왕은 그런 왕궁에서 살았습니다.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왕입네 하면서 큰기침이라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해골 언덕의 왕

예수님의 십자가 명패에도 분명히 ‘왕’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것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아람어(이스라엘 말)와 헬라어(그리스 말)와 라틴어(로마 말), 이 세 가지 언어로 써놓았습니다. 그런데 왕의 꼴이 말이 아닙니다. 예루살렘에 들어오실 때도 번들번들한 말이 끄는 수레 대신 초라한 나귀새끼를 타고 들어오셨습니다. 기병대를 앞세우고 나팔수를 동원하여 웅장한 개선음악을 연주하는 대신 가난한 사람이 길가에서 종려나무 가지나 흔들며 맞이하는 가운데 입성하셨습니다. 왕궁으로 가시는 대신 ‘해골’이라고 불리는 언덕으로 가셨습니다. 왕좌로 오르는 대신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면류관을 쓰시는 대신 가시관을 쓰셨습니다. 왕들이 입는 화려한 홍포 대신 피 묻은 옷을 입으셨습니다. 높은 왕좌 대신 십자가 위에 매달리셨습니다. 예수님의 좌우에는 대소신료들 대신 강도들이 있었습니다. 영 그림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왜 그러셨겠습니까? 누가복음서 22:26에 답이 나와 있습니다. “너희 가운데서 가장 큰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하고, 또 다스리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은 이런 왕, 곧 섬기는 왕이 되려고 하신 것입니다. 사람의 심리가 그렇지 않아요. 강한 사람 앞에서는 쩔쩔 매다가, 저거 좀 약하다 싶으면 끝까지 밟아버리는 못된 심리가 있지요. 사실 예수님께서 군중을 동원한다든지 의병을 모은다든지 했다면 그까짓 조그마한 팔레스타인 땅덩어리 하나쯤 차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하고 힘으로 얻은 나라는 힘으로 잃는다는 것이 예수님의 지론이었습니다. 그래, 너희들이 어디 날 한 번 죽여 봐라, 어디까지 죽일 수 있을 것 같니, 그런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 하나님 나라의 왕

예수님의 모습은 세상 왕의 모습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왕의 모습이었습니다. 세상 나라의 왕은 화려한 어의를 입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누더기를 입습니다. 세상 나라의 왕은 백성들 위에 군림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서 사람들 아래에 서 있습니다. 세상 나라의 왕은 대리석으로 지은 으리으리한 집에 살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단칸 셋방에 삽니다. 세상 나라의 왕은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소형차를 타거나 걸어 다닙니다. 세상 나라의 왕은 선행을 한답시고 언론을 통하여 동네방네 생색내기를 좋아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합니다. 세상 나라의 왕은 남들이 발을 씻어주기를 기다리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직접 수건을 두르고 남의 발을 씻어줍니다. 세상 나라의 왕은 더 큰 권력을 잡기 위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십자가를 지기 위해서 ‘해골’ 언덕으로 갑니다. 베드로전서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2:9). “여러분은 택하심을 받은 족속이요, 왕과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민족이요, 하나님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여러분은 택하심을 받은 거룩한 사람들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귀한 왕들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도 예수님처럼 하나님 나라의 일을 위해서 아낌없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드리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아픈 이들이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을 때 두 말없이, 열 일 제쳐놓고 달려가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 맺는 이야기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서 우리에게 본을 보여주신 예수님은 끝내 목숨까지 빼앗기셨습니다. 저승 가는 노잣돈 한 푼 없이 돌아가셨습니다. 남긴 것이라고는 옷 한 벌밖에 없었지만, 그것마저도 사람들이 빼앗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가신 예수님은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을 얻으셨습니다. ‘부활’입니다. 저와 여러분에게, 세상의 권력은 없지만 하나님 나라의 권세가 있습니다. 금과 은은 없지만, 주님께서 주시는 권능이 있습니다. 재력가들이 가지고 있는 결제도장은 없지만,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는 천국의 열쇠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위대한 왕들입니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 주님께서 세상 끝 날까지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2014.4.13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921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땅
920 “시작이 미약하다고 비웃는 자가 누구냐?”
919 만족의 손익분기점
918 가진 것을 다 팔아서 사야 할 것
917 원수 다루기
916 사랑을 위해서라면
915 낮술에 취하다!
914 굶주림입니까? 칼입니까?
913 집안에 감도는 기운
912 꼬드김과 설득
911 “하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910 지혜는 옵션이 아닙니다!
909 큐비클에서 탈출하라!
908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907 알맞은 ‘때’
906 제자 공인인증
905 느헤미야의 기도
904 아름다움에 대하여
903 잠이 보약입니다!
902 하나님의 일, 사람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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